산행이야기/산행일기

팔당역-예봉산정상-운길산역(110108)

越山 2011. 1. 9. 15:45

 

 

 

용산역에서 9시55분 덕소행 전철을 타고 덕소 전역인 양정에서 내려 용문행 전철을 기다리는데 진짜 춥다.

등산T에 내피를 입지 않고 자케만 입고 움직임없이 전철을 기다리다보니 몸이 떨린다. 용문행 전철을 타고 팔당역에 내려 팔당역 유리문을 열고 나가자 강바람이 볼딱지를 엄습해온다. 다시 역내로 들어가 오뎅에 뜻끈한 국물을 마신후 내피를 껴입는다.

 

토요일 이날은 아내와 예봉산 산행 약속이 있었는데 간딴하게 돌고 내려가야 할듯 싶다. 일욜날 덕유산 산행 약속에 적당히 산행하기로 혼자 생각했지만 그래도 정상은 밟고 내려가야 하지 않겠나.....

 

 

아침에 예봉산 간다고 빨리 설쳐야 되는데 집에서 한시간 정도 꾸물꾸물 거리다가 느긋하게 나온거다.

나혼자만의 꿍꿍이(덕유산) 속이 있지만 아내가 어찌 알랴.... ㅎㅎ....

 

 

정상으로 바로 오르는 능선으로 붙었다.

한 오름 올랐더니 땀이 흥건하다. (↑)

 

 

아내도 잘도 따라 오른다.

따라오는 속도를 보면 이제는 아내가 버겁따. ㅎㅎ..

 

휠라모자, 렌턴, 컵 등을 일출산행시 분실했다.

아내가 휠라모자가 마음에 들었던 모양인데 그것을 쓰지는 않았지만 일출산행시 베낭에 넣고 갔다. 이상하게 컵도 없어지고 렌턴도 없고 모자까지 어디론가 없어진거다. 아내에게 잔소리를 한바가지 묵었다. 그러면서 잃어버린 검정모자 말고 좀 빨간색 모자면 예쁘다겠다고 잔소리에 이해못할 추임새를 넣는거다. 사달라는 야그?.... 끙.....(↑)

 

건너편 검단산 아래 팔당호.....(↓)

 

 

지겨운 계단길...(↓)

 

 

지금까지 올랐던 오름보다 계단이 더 힘이든다.(↓)

그런 보람이 있는지 계단을 다오르자 조망이 한견으로 트였다.

 

 

또 지긋지긋한 계단...(↓)

저 위에 전망대가 있으니 참고가자.

 

관악산 능선길을 오르면 어느곳이나 조망이 탁트여 있어 답답함을 느끼지 못한다.

관악산 모든 조망이 끝내준다고 말은 아니지만 사방이 다 트여 있는 그런 산에서 즐기다가 조망이 트이지 않은 산을가면  뭔가 답답함을 느낀다. 바위산과 흙산의 차이중 하나....

 

 

예봉산 전망대에서 바라본 풍경....(↓)

찍을 것이 없다.

 

 

조망각도가 넓지 못해 찍을 것이 없다보니 그냥 줌으로 당겨 볼 수 밖에...(↓)

 

 

이젠 정상에 거의 다 왔다.(↓) 

 

 

그래도 산의 정상이라고 찬바람과 밀가루 같은 잔설이 흩날린다.(↓)

나뭇가지에 그런 눈이 맺여 가느닿란 눈꽃을 맺기도 한다.

 

 

계단 아랫쪽보다 온도가 더 아랫인듯하다(↓) 

얼른 내피를 꺼내 아내에게 입히고 아이젠을 채워준다.

그리고 예봉산 정상석을 끼고 아내와 함께 산행 출석부 찰까닥.....

 

 

어느 산님은 떡국을 끊이다가 넘친다고 소리까지 치지만 우리는 양념된 쇠소기에 라면 넣고 따끈하게 끊여 먹으니 다소 추위가 달아난다. 산의 풍경에 더 머물고 싶으나 칼바람에 움직임이 없으면 추위가 옷깃을 파고 들어 내려갈 수 밖에....(↑)

 

(↓) 정상 돌무더기 조그마한 자리에서 따뜻한 점심을 먹은 후 베낭을 챙기다가 잔설이 있는 돌무더기에서 그만 발목을 삐꺽했다. 잠시 좀 아프다가 낫다 싶어 운길산 역 방향으로 내려간다.

 

 

여기서 팔당역쪽으로 가야하는데 어느 산님이 정상에서 운길산 역까지 1시간정도 걸린다고 하는거다.(↓)

새로운 길도 알겸 운길산 역으로 가기 위해 율리봉을 넘어가기로 한다. 조금 더 걷지 뭐하는 단순한 생각으로 이정표를 그렇게 자세히 보지 않았다.

 

 

사진 왼쪽은 팔당역에서 올라오는 산님들...(↓)

우리는 운길산 역쪽으로....

 

 

율리봉우리다.(↓)

운길산 역 방향 이정표가 없다.

사실 지금 디카에서 사진 다운로드 받고 보니 이정표가 떨어져 이정표 기둥 아래에 있는거다.

그때 떨어진 이정표를 제대로 봐으면 운길산 역쪽으로 가지 않고 팔당역으로 갔을거다.  

 

 

왜냐 하면 예봉산 정산 돌무더기에서 삐꺽한 발목이 복숭아뼈 아래가 조금씩 씨끈거려 4.6 킬로 이상은 무리다. 차라리 위 율리봉과 팔당역 갈림길에서 팔당역으로 가면 1.4 킬로인데 말이다.

 

 

그래서 산행할때는 주변을 잘 살펴봐야 한다.

등잔 밑이 어둡다고 발목 고질병이 돋으려니 떨어진 이정표가 눈에 띄지도 않은거다.

율리고개 반대 방향이 운길산 역일것라는 동물적인 감각으로 그쪽으로 간다.

빨리 운길산 역이 나오기를 바라면서....(↑)

 

 

발목 복숭아 뼈 아랫쪽이 더욱 씨큰거린다. 질룩거리며 가면서 느낌이 영 이상하다.

예봉산 정상은 저 멀리 뻘춤하게 점점 더 멀리 보이는데 오가는 산님들도 없고 발목은 아프고....

 

 

(↓) 우와 정말 미치겠따....

이 이정표 사람 팔짝 뛰게 만드넹...

운길산 역이 3킬로 이상 남았따고??????????????

 

여기까지 온 거리와 시간이라면 팔당역에 도착하고도 전철을 탈 시간인데........

다시 뒤돌아 팔당역으로 가기도 그렇고

운길산 역으로 가기도 그렇고

이거 참 오장육부가 터질듯한 화기에 말하기도 그렇고.... 어휴~...#^*%&^&*.....

 

 

발목이 이제는 아픈것도 모자라 발가락이 조여온다.

완죤 고질병이다.

뭔 신경이 엉키고 설켜는지 발목이 좀 심하게 겪이면 복숭아 뼈 아랫부분이 살살 씨큰거리다가 발바닥이 아프기 시작하고 발가락이 어떻때는 확 조여 오는거다. 그러면 팔짝 뛰는 수 밖에....(↑)

 

 

아내는 이런 나의 고질병을 잘 모른다.

왜냐하면 집에 와서 뜨거운 물이나 얼음 찜질해도 그냥 산행피로를 푸는줄 안다.

말도 하지않아 모르지만 괜한 아내 걱정할까봐 그냥 지쳐다고 천천히 가자고 하며 산행 속도를 늦춘다.

그래도 아내로서의 느낌이 있지 않는가.  결국은 조금 눈치 채지만 대수롭지 않다고 그냥 넘겼다.

 

 

가다가 어느 산님과 만났다.

이제 운길산역까지 2킬로 정도 남았고 왼쪽 봉우리같은 것을 두세개 넘어가야 한다고 한다. 헐....

 

이 산님은 예봉산~운길산을 종주하고 시간이 남아 운길산역에서 다시 예봉산 정상으로 가는 중이란다.

우메 기죽어.....

 

발목만 괜찮았다면 정말 이길도 괜찮은 코스다.

그러나 뭐든지 아프면 귀찮듯 가도 가도 끝이 없는듯한 길이 얄미운거다.

아마 예봉산과 운길산 종주하려면 운길산역을 들머리 날머리로 하는 것이 종주같은 느낌이 든다.(↑)

 

 

이길을 가면서 한가지 은근히 기대한 것이 있다.(↑,↓)

그렇다면 두물머리 풍경이 운길산 수종사에서 보는 것보다 이쪽 능선에서 보면 더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러나 예봉산의 나무들이 두물머리 풍경을 쉽게 허락하지 않는다.

 

 

 

발걸음이 완죤 패잔병 걸음이다.(↓)

두물머리 풍경을 그나마 나뭇가지 사이로 잘 보인다고 하는곳에서 찍었는데도 사진이 이렇다.

 

 

저 아래가 운길산 역인 것 같은데....(↓)

보일듯 잡힐듯 하지만 발걸음이 마음처럼 따라주질 않는다. 

 

 

조금만 가면 운길산 역이다.(↓)

살았다.

 

 

운길산....(↓)

 

 

운길산 역에서 바라본 우측 봉우리.... 예봉산 정상봉이다.(↓)

 

 

(↓) 율리봉에서 운길산 역까지 온거리가 아마 율리봉 전 갈림길에서 팔당역까지 가는거리 두배 이상은 되는듯하다. 사전에 충분히 검토하지도 않은채 말만 믿고 온 내가 잘못이지만 우선 산에서 다치지 않아야 한다.

 

사실 발목만 다치지 않았다면 내려오는 길인만큼 한시간 반쯤 정도면 넉넉한 거리가 아닌가 싶은데 아프다보니 이것도 천리길보다 더한 길이 된거다. 좋은 코스를 마음이 다급하다 보니 짜증부린 길이 되어 버렸다. 산길이 무슨 잘못이 있을꼬... 다 나의 부실한 산행 때문에 말없는 산에게 화풀이를 한듯하여 미안할 뿐이다.

 

 

운길산 역에서 앉아서 갈수 있을까....

우리가 내려온 길 보다 운길산에서 내려온 산님들이 천지다.

 

전철이 온다.

아내가 문앞에 긴장하고 서 있다.

문이 열리자 마자 대한민국 아줌마 스타일로 냅다 뛰어간다.

발목 아픈 남푠자리 마련해주려고 눈썹이 휘날리도록 날아가 자리를 잡는데 다른 아줌마는 타국 아줌만가...ㅎㅎ..

 

아내가 한자리 반을 먼저 차지 했는데 다른 아줌마가 눈깜박할 사이정도 늦게 엉덩이를 걸친거다.

두 아주마 역시 서로 히프를 들이 밀고 힘겨를기를 한다. ㅋㅋㅋ....

 

아내가 그 아줌마 산님에게 내가 먼저 앉았으니 저쪽으로 좀 가라고 눈을 크게 뜨고 기세를 잡으니 그 아줌마 산님 그냥 밀려버린다. 그러면서 "여봇... 여기 앉아요" 하는거다. 눈물겨운데 왜 이리 웃음이 나오는지 모르겠다. 아내 덕분에 편안히 앉아서 끄덕끄덕 졸며 용산역까지 잘왔다.

 

졸고 있는데 갑자기 입안으로 차가운 것이 들어온다.

아내가 귤을 까서 입에 넣어준거다.

웬 귤?

 

자리를 밀린 아줌마 산님과 어느새 말을 섞으면 같이 떠든다.

그 아줌마 산님이 준 귤인거다.

참... 달리 대한민국 아줌마들인가...

아무튼 남폰을 위해 불굴의 투지로 자리를 마련해준 아내에게 고마울 뿐이다. ^_^

 

또한 일욜 오늘 덕유산을 함께 하지 못해 가재샘님, 드레곤님, 파송송님, 은하수님께 미안하고 고마운 말씀 올린다. 이제 쬐게 쑤시는 것 빼고 큰 아픔은 없다. 관악산 한켠으로 재활산행치료?차 오르려고 마눌님에게 말했다가 본전도 못 건지고 산행일기나 올리는 심심한 일요일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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