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악산 수영장능선 우측과 자운암 능선 좌측 계곡 사이에 있는 폐쇄된 수영장을 지나가다 보면
결혼사진, 패션사진? 등등 사진동우회에서 곧잘 와서 찍어댄다.
시멘트로 발라놓은 낡은 수영장과 칙칙하게 시든 가을색이
또다른 조화를 이룬듯 연실 카메라에 담아낸다...(↓)
(↓) 아무 생각없이 오르다 보니 깔닥고개 무너진 돌탑 부근이다.
아내가 계곡은 재미 없단다. 하여...
무너진 돌탑과 계단 중간쯤 길 위의 바위에 미끄럼 방지을 위해 쇠철심을
박아 놓은 곳이 있다. 그곳에서 좌측으로 90도 꺽어 산기슭으로 오른다.
물론 이길도 깔닥고개 방향으로 오르면 연주암, 말바위, 연주대로 가는 길이지만 좀 더 올라 왼쪽으로
방향을 틀면 헬기장 아래, 즉 깔닥고개 마루와 자운암 능선으로 가는 샛길로 잇어진다.(↑)
(↓) 산님들이 잘 내려오지 않는 길이지만 숨이 죽은 풀들 때문에
길 흔적이 보여서인지 하산하는 사람들이 있다.
가을 햇살에 바위가 녹은한지 올라오라는듯 살살 꼬드낀다.
그래! 어차피 가을 빛 동화속으로 스며들고자 발길 따라 왔거늘 어딘들 못갔겠는가.(↑)
(↓) 다소 늦게 올라온 터라 벌써 점심때가 되었다.
점심과 마꼴리 한잔하니 가을 햇살이 더 한층 따겁다.
먼발치서 산의 때깔을 보면 가을 채색이 그럴듯한데 막상 코앞으로 닥아서면
가을 빛이 어쩡쩡하고 그 색채 느낌이 신통치 않다. 가을이 메말라서 인가.
근 몇 해 동안 먹거리 산행하느냐, 발품 팔지도 않고 가을 단풍도 순례하지 않았더니
필이 무뎌딘듯하다. 이런 무딘 감으로 가을 동화를 찾다간 가을 미아가 되겠다.
관악산의 단풍은 산행길 옆이나 오솔길 근처에 있는 것보다 한적한 골마루나 산기슭에
숨어 있고 감춰져 있다. 관악산 단풍이 그만큼 순진하고 때묻지 않았으며
수줍음을 많이 타기 때문이리라...
수줍은 단풍을 찾아 발걸음을 띈지 얼마되지 않아 나의 마음을 알아챈듯
가을 햇살에 푹 익은 단풍이 발길을 잡는다.
단풍 질감이 찬란하다. 뭐... 설악산, 지리산에만 가야 황홀한 단풍이던가?
단풍도 적당한 습기없이 너무 메마르면 뜨거운 기름에 튀긴듯 오그라지고 검으튀튀하게 변한다.
모든 것이 자신의 고유한 빛깔을 간직해야 인간이나 자연도 상달(上達)이 아닌가 싶다.
새삼 단풍 앞에서 공자의 말씀을 되새겨 본다.
자연의 저 단풍처럼 매서운 추위를 견더내며 아지랑이 피는 봄부터
지금까지 모든 것을 이겨낸 저 단풍의 고유한 빛이야 말로 상달의 빛이다.
하학이상달(下學而上達)의 깨달음을 단풍에게서 한수 배운다.
(↓) 연주대로 가는 말바위 능선에 산님들이 북적된다.
(↓) 저 멀리 수리산도 가을 햇살에 고즈넉하게 보인다.
(↓) 깔닥고개 봉우리에서 하산하다 보니 참나무 옆구리에 버섯이 기생하고 있다.
식용 버섯같은데 보는 것만 으로 만족해야 할 듯...
(↓) 널다란 암능이 따근따근하다.
뭐... 찜질방이 따로 있나!
언능... 등산화 벗고 아내와 가을 햇살을 만끽하며 늘어진다.
발꼬락도 언제 햇빛 보게나.
발꾸락 사이 사이를 가을 햇살로 소독?해 본다.
그러다 발꼬락도 단풍들면 어쩌나?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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