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일기

민둥산 억새꽃 산행(150929)

越山 2015. 10. 1. 23:30

 

 

 

추석연휴 몇 칠전 부터 연휴 마지막날인 29일 민둥산 산행 전까지 털어 넣은 소주가 몇 병인지 모르겠다.

산행전날 28일에도 대구 매제가 와서 소맥으로 아딸딸하다가 자정 전까지 냉장고에 있는 마지막 소주병까지 꺠끗하게 비우고

잠든 후 핸폰 알람에 깨어보니 5시반....  총알같이 일어나 베낭 챙겨서 마눌님 모시고 산악회 버스 출발 장소에 오니 출발 10분 전이다.

 


 

 

(↓) 3시간 정도 달려 들머리인 약수암 입구에서 하차하여 콘크리트 언덕을 오르니 첫걸음부터 천근만근이다.

추석연휴에 마신 쇠주 양이 누적되어 양다리로 다 내려가 모래주머니로 변한 모양이다. 발걸음을 띄기가 힘들다.

그러거나 말거나 마눌님은 오늘따라 앞장서서 가시는 모양새가 좋다.

 

좀 더 걸으면 다리가 다소 풀릴듯도 싶은데 몇분 되지도 않아 갈딱고개 계단입구로 들어선다.

산악 가이드가 계단 입구부터 능선까지 1시간 반이라 하였는데 양다리의 컨디션에 마음이 팍~ 쪼그라진다.

줄줄이 오르는 산님들의 속도를 보니 다리가 무거워도 그냥 따라가면 별 문제가 없을듯 싶다.

 

허나 좀 오르다 보니....

분명 바로 앞 마눌님 뒤태를 보면서 한계단 한계단 올랐는데 안보인다.

고개를 들어 보니 산님들을 헤치고 7~8 미터 정도 위쪽을 치고 오르는거다.

 

저러다가 개꾸락지가 되겠지... 했는데... 마치 에스컬레아터 타고 오르듯 그냥 올라가는거다.

어린아이가 엄마를 잃어버릴까봐 치마자락 잡고 뒤꽁무니 졸졸 따라가듯

컨디션을 무시하고 마눌님을 쫓아 나도 모르게 속도를 낸다.

 

(↑) 아내는 뭐가 그리 급해 치고 오르는지 따라 붙을만 하면 또 거리가 생기고...와... 죽겠다.

힘에 부쳐 양 스틱에 의지하면서 겨우겨우 능선에 올라오니 유체이탈할 정도로 넋 아웃...

그래도 마눌님은 쌩썡하다. 암튼 아내 덕분?에 다른 대다수 산님보다 먼저 능선에 붙었다.  (↑)

 

(↓) 능선에 올라오니 두 다리가 풀려 다리가 흐느적 거린다.

술때문에 몸상태가 개판인데도 몸속으로 막꼴리 한잔 주유하고 좀 쉬니 그나마 낫다.

과잉 알콜인지 알콜 부족인지... 알콜 부족이였다면 차라리 산행 출발할때 막꼴리 한사발 할껄...ㅋㅋ

 

그래도 아내는 오랜만에 관악산을 벗어난 산행인지라 몸과 마음, 기분은 가을 하늘 깃털 구름처럼 가벼워

가을속으로 훨훨 날아 다녀으니 이것만으로도 이날은 나의 임무와 의무, 책임은 다 했으니 어찌 족하지 않겠뇨.

 

 

(↓) 잣나무가 많다.

아내가 가는 그 왼쪽으로 민둥산으로 오르는 도로가 보인다.

저리가면 산모퉁이를 삥 돈다. 차라리 잣나무 사이길로 가는 것이 산행의 맛이 아닐련지...

 

 

(↓) 사진 왼쪽 저끝 봉우리부터 올라와 여기까지 왔는데 아마 3Km 정도 조금 넘는 거리인듯 싶다.

하차하여 능선까지 붙을때 경사 있는 길이 땀을 요구하지만 이후 길은 순한편이다.

 

 

(↓) 갈림길에서 민둥산 정산으로 가는 길은 두갈래...

왼쪽의 나무 울타리 길로 가면 내려갔다가 멀리 보이는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여기서 보기엔 억새꽃이 별로 인듯 싶어 오른쪽 능선 길로 간다.

 

 

(↓) 오른쪽 길은 능선을 따라 가는 길이라 조망도 좋다.

다소 흐린 날이지만 그런대로 먼곳까지 시야가 탁 트였다.

여름 긴팔 T를 입었지만 간혹 제대로된 강원도의 가을 바람이 불어 오면 몸이 움추려든다.

 

 

(↓) 하긴 1000 미터가 넘는 고지다 보니 바람의 깊이와 맛이 완연한 다르다.

바쁜 세속 속에서 모르던 여유와 멋이 가을 바람속에 묻어 있다.

억새꽃의 여유와 멋을 즐기기 위해 잠시 멈춰 가을을 담아 본다.

 

억새꽃이 바람결에 흐느적거리며 햇살에 더욱 더 하얗게 반짝반짝거리는

그사이로 마눌님과 함께 가을 낭만을 채워본다.

 

 

(↓) 어느새 흐린 하늘이 파란 하늘을 드러낸다.

가을 하늘도 드높지만 억새꽃도 가을의 깊이만큼 파란 창공을 향해 드높게 하늘거린다.

 

 (↓) 따가운 가을 햇살을 머금은 억새꽃이 마치 하얀 물결처럼 출렁거리며 포말을 토해내는듯 하다.

홍해 바다가 갈라지는 것처럼, 갈라진 억새꽃 사이로 사부작 사부작 가는 마눌님....

 

 

(↓) 온 길을 뒤돌아 보는 아내....

뭔가를 빼놓고 온 것일까?

구불구불한 어느 길 모퉁이에 가을의 여유와 멋을 놓고 왔는지.....

되돌아 가도 다시 찾을 수 없어 아쉬워 되돌아 보는 것 일까...

 

잠시 머문 그 모퉁이의 억새꽃이 아내와의 이별이 안타까워

가을 바람을 살랑거리매 아내가 뒤돌아 보는 것 일까...

 

 

(↓) 정상이 얼마 남지 않았다.

처음 능선을 오를때 얼마나 맥이 풀렸는지 집으로 되돌아 가고픈 마음이었는데

가을 바람에 하늘거리는 억새꽃을 보니 몸이 한결 낫아진듯 싶다.

아내도 바람에 춤추는 그런 억새꽃을 바라보면서 추석연휴의 피로와 고단함을 가을 바람에 날려 버리는 것 같다.

 

 

(↓) 강원도의 첩첩산중이 사진에는 나타나지 않지만 가을 옷을 입기 시작한다.

흐릿한 붉은 빛을 발하는 산들이 군데군데 눈에 띈다.

가을이 온 산을 검붉은 빛으로 휘감을 날이 멀지 않은듯 싶다.

 

 

(↓) 정상에서 보면 우리부부가 온 길이 왼쪽이다.

글고 오른쪽 길은 밋밋하게 내려오다가 정상으로 오르는 길이다.

우리가 온 길보다 거리가 짧은 대신 억새꽃이 그다지 많지 않다.

마치 조그마한 분지같다. 그 분지와 주변이 억새꽃밭이다.

 

 

(↓) 민둥산 정상.

바람이 좀 세게 분다.

정상석을 기준으로 오른쪽에서 왼쪽으로 몰아친다.

오른쪽 보다 왼쪽테크에 움추리게 만드는 바람결을 피해 산님들이 먹거리를 펼쳐 놓고 있다.

 

 

(↓) 하산길로 접어 든다.

점심 먹을 장소가 많지 않다. 억새꽃사이를 나무 울타리를 쳐놓아 먹을 장소가 정상외엔 마땅한 곳이 없다.

하산하면서 적당한 곳에서 주린배를 채워야겠다.

 

(↓) 하산길에서 정상을 보라보며...

 

 

(↓) 하산길의 억새꽃의 풍경이 매우 좋다.

하늘 바로 아래 억새꽃 정원같다.

 

 

(↓) 정상이 점점 멀어진다.

 

 

(↓) 갈림길에서 직진하여 증산초교쪽으로 내려간다.

 

 

(↓) 하산하다보니 증산초교에서 오르는 길도 만만하지 않을듯 싶다.

 

 

(↓) 정상에서 다소 내려온 하산 갈림길에서 직진을 했지만 갈림길 오른쪽 길이 여기까지가 좀더 거리가 있는듯 싶다.

이날은 아래 이정표 오른쪽 길로 내려 왔지만 다음엔 왼쪽 길로 내려와야겠다.

 

 

(↓) 길건너가 증산초교(날머리)....

민둥산 산행을 마치고 귀향하는 버스가 있는 곳으로...

 

 

(↓)  마침 시간이 있어  억새꽃 행사장에서 점심 먹은지 얼마 되지 않았지만 올챙이 국수에 마눌님과 쇠주 한잔했는데 역시나다. 

다 식어 빠진 국물에 불어터진 올챙이 국수.....

간혹 이런 성의없는 행사 음식때문에 지방에 가더라도 눈길이 안가는거다.

몇 숟가락  들다 말고 그냥 나와 옥수수 한자루 사서 서울집에 도착하니 8시쯤.....

 

딸내미가 저녁을 준비해야 하는 엄마의 수고를 덜기 위해 탕수육과 짬쁑, 쟁반자짱을 시켜 또 쇠주 한잔하니 눈이 저절로 감긴다.

추석연휴 내내 쇠주에 쩔어 민둥산 산행도 힘들게 했것만 금붕어처럼 금방 잊어버리니 어이 할꼬...

 

 

아무튼...

태양이 억새꽃을 익게 만들고 가을 바람이 억새꽃을 흐날리는 그런 가을 풍경 속에

아내가 갈바람을 타고 나비처럼 훨훨날아 억새꽃을 만끽한 민둥산 산행.

드높은 파란 하늘처럼, 맑고 곱게 반짝이는 억새꽃처럼 피어난 마눌님의 향기가 만땅인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