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설때 사용했던 맷돌을 꺼내 깨끗하게 씻은 후 맷돌로 녹두를 간다.
오늘이 결혼기념일이자 음력으로 할아버지 기일이다.
몇 십년을 그래왔듯 할아버지 제사상엔 녹두부침이 빠지면 아니된다.
아들과 딸이 이제는 회사에 다녀서 아내를 도와줄 도우미가 없다.
일년에 서너번 사용하는 맷돌이지만 받침대가 망가져 녹두를 다라에 넣고 돌리면 빙글빙글 돈다.
받침대 없는 맷돌을 돌릴 수 있는 기술?을 보유한 사람은 오직 나뿐이다...ㅎ...
그러니 녹두를 갈아 놓고 출근해야한다.
추석전까지 맷돌 받침대를 어떻하든 만들어야겠다.
오른손으로 어처구니(손잡이)를 잡고 돌리면서 왼손으론 위쪽 맷돌을 시계반대 반향으로 약간 스핀을 준다.
그러면 다라에서 빙글빙글 돌지 않는데 그것도 힘조절이 필요한거다. ..ㅋ...
오전 바쁜 일때문에 빨리 돌려야 한다는 생각에 장갑을 끼고 돌린다는 것을 깜박 잊고 돌렸다.
녹두를 다 갈고 뒤정리를 하다보니 왼쪽 손끝이 따갑다.
아차....차....
한손가락 끝은 물집이 잡히고 한손가락 끝트머리는 이미 까졌다.
결혼기념일이지만 할아버지 기일이라 따로 이벤트 할 짬이 없는듯하다.
힘들게 홀로 제사음식을 조리하는 아내를 위해 좀더 일찍 들어가 도와줘야겠다.
할아버지 기일이 아니면 산뜻하게 지낼날이건만 어쩌랴...
오늘의 내가 있는 것은 조상님께서 낳아주시고 보살펴주신 은덕이니
어른 섬김은 후손으로서의 본연의 자세가 아닌가.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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