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주 5월4일 수요일이 할아버지 기일인지라 아내 홀로 제사음식을 준비하다보니 기진맥진이다.
동생 가족이 대전에서 올라오자 마자 할아버지께 제을 올렸다.
동생과 제수씨가 직장이 있어 퇴근후 상경하다 보니 황금연휴에 차량이
지체되고 정체되어 대전에서 서울까지 4시간 이상 걸린 모양이다.
어짜튼 제사를 마친후 저녁식사와 설거지 끝내고 언능 자리에 누으니
아내가 끙끙 앓다 앓어....
작년 수술 후 산행으로 몸을 많이 회복되었지만 아직도 다소고되고 힘든 일을 하면 아내 손발이 붓고 앓아 눕는다. 다음날 아침 식사후 어린이날이기에 동생의
늦둥이 조카녀석에게 문화상품권과 용돈을 건네주고 베낭을 무조건 챙겼다.
동생이 보더니만 "어~ 형님 산에 가요." 한다.
"고럼... 형수 몸풀러 가야되느니... " ㅎㅎ...
동생의 큰딸이 오피스텔에서 기숙사로 들어간다고 조카학교에 가야 하는데 내가
먼저 선수치고 봇짐을 꾸린거다. 모처럼 동생 가족이 왔는데 오전시간을 같이 지내지 못하고 아내를 데리고
집을 빠져 나가는 마음 한구석이 좀 그렇다.
지난 겨울 어머니 기일과 아내 생일이 겹쳤는데 결혼 25주년은혼식과 할아버지 기일이 또 묘하게 겹친거다. 할아버지 제사음식 준비하느라 이틀을 홀로 일을 했으니
파김치가 된 아내를 그나마 보듬어 줄 사람이 누구겠는가. 다 장남에게 시집온 아내의 숙명이고 월산의
부족함이니 누구를 탓하고 미루겠는가.
두눈 질끈감고 베낭 두개를 챙기면서 물을 끊여 보온통에 넣고 제사음식 몇가지 챙겨 그냥 반강제로 뗄꼬 나왔다.
산길에 발을 내딛는 아내의 걸음걸이가 무척이나 힘이 드는듯하다. 관악산 수영장 능선으로 오르며 몸의 나쁜 기운을 땀으로
배출 시키고 암벽넘어 연주대가 보이는 적당한 암반에서 자리를 펴고 아내를 뉘운다. 작년 수술후 산행시마다 바위에 누워
한숨 푹 자면서 산의 기를 받아 그런지 몸도 좋아지는듯하고 정신적으로도 안정을 찾고 마음도 평온해지는듯 싫어하지 않는 내색이다.
태양의 온기를 머금은 평탄한 바위 위에 누워 노곤한 몸과 마음을 자연에 맡기고 온갖 잡다한 부스러기를 털어 내듯 그렇게
평온하게 잔다. 집에서보다 더 달콤하게 자는듯하다.
하긴 산이 베푸는 최고의 보양 꿀잠인것이 이름모을 새들의 지저귐은 자장가요계곡의 어리고 연한 녹색순을 한껏 훑어낸 나무향과 온갖 피톤치드를 머금고 살랑거리는 바람결이 아내의 온몸을 휘감는다.
스트레스 해소는 물론 장과 심폐기능을 강화시키며 덤으로 살균작용도 되니 이만한 자연 치유가 어디 있겠는가.
그러니 하늘의 구름은 이불이요 바위는 베개라 어찌 자연이 아무런 댓가없이 선사해주는 풍미스런 치유를 아니 즐기겠는가.
어찌보면 남푠보다 훨 낫은 자연이요 산이다.
산만큼 아니 그보다 더 아내를 보듬어주고 아껴줘야 하는데 25주년 은혼식이 이렇게 흘러갔지만 어찌 이날만 날이겠는가.
산보다 더 큰 위안으로 산보다 더 큰 기둥으로 산보다 더 큰 사랑으로 아내을 위해 보다 더 큰 산이 되리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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