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주절주절

안개 속에 감춰진 봄의 낌새.

越山 2011. 2. 24. 11:32

 

 

 

광명시 서독터널 통과전 광명 KTX역사 부근 하늘은 다소 흐렸지만 시야가 막히지는 않았다.

그러나 구름산 허리를 관통하는 서독터널을 빠져 나오자 하늘이 잿빛으로 흐려 가라 앉은듯 안개가 자욱하게 깔렸다. 

 

느슨하게 언 땅바닥의 낙엽에는 서리가 내려앉고 메마른 잡초에도 상고대가 허옇게 피어 있다.

습기를 머금은 안개가 겨울끝자락을 동여매고 한겨울에도 피어내지 않았던 허연 상고대를 봄의 문턱에서 보여준다. 높은 나뭇가지에 매달린 물방울은 힘에 겨운지 지나가는 머리 위에 떨어지기도 하고 한발 내민 발등에도 떨어지기도 한다.

 

 

봄이 저 안개 속에 스며 있는듯 하다.

서해바닷 해풍에 실려 봄이 동쪽으로 넘어오는듯 싶다.

구름산에 가로 막혀 더 이상 넘어가지 못하고 물기오른 봄을 구름산 아래에 뿌려 놓는듯 오늘따라 안개가 촉촉하기 그지 없다.

 

 

안개 속에서 드러내지 않은 봄의 기운을 느낄 수 있다. 

나무와 나뭇가지 사이에 숨은 봄도 느낄 수 있다.

그런 낌새가 어느새 느슨하게 언 황토 오솔길이 풀려 질퍽해지기 시작한다.

 

 

또한 해가 중천에 걸리기 시작한다.

안개 속을 비집고 화사한 봄을 충전시켜려고 무던히 애를 쓰지만 안개가 좀처럼 비켜주지 않는다.

그러나 어찌 자연의 순리를 역행할 수 있겠는가. 태양이 안개의 껍질을 조금씩 벗겨내기 시작한다.

 

구름산 아래까지 봄을 찾아 산보 삼아 걸었던 아침....

봄은 아직 볼 수 없었지만 봄의 기운을 역력하게 느낄 수 있었던 안개낀 아침이 상괘하기 그지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