낚시이야기/낚시잡썰

지렁이 키우기

越山 2022. 5. 15. 10:27

15일 일요일에 아버지를 모시고 바람 쏘이겸 낚시를 가려고 낚시방에서 지렁이 한통을 사왔는데 연세가 많으셔서 피곤하신지 아니가신다고 한다. 일단 화단에 놓아 두었다. 차안이나 공간이 막힌 곳보다 땅냄새가 나는 화단에 두면 지렁이가 그나마 좋아하는 것 같다.

 

어떨때는 새벽 3~5시에 일어나 낚시가다 보면 낚시방을 열지 않는 곳이 대부분이다. 미끼가 부족하거나 없어 사려면 애를 먹는다. 그래서 목적지를 바꿔 평택호 진위천을 찾아가곤하는데 그쪽에는 새벽 5시쯤 문을 여는 낚시방이 있기 떄문이다. 가만보면 옛날에는 일찍 오픈한 낚시방이 많았는데 세월이 지나감에 따라 가게문을 늦게 여는 것이 추세인 모양이다. 하다못해 동네 개인이 하는 조그마한 수퍼도 오전 9시쯤에 여니 말이다.

그런데 지렁이를 사진처럼 화단 그늘진 곳에 두어도 10일 내지 2주 정도 지나면 지렁이가 사그러든다는 것이다. 처음에는 과일, 밥알 등 기름끼 없는 음식물을 넣주었는데도 지렁이가 녹아 없어진다. 과일, 밥알, 음식물을 넣으면 몇 칠 이후 곰팡이가 핀다. 대략 할 수 있는 조치를 쥐해도 보름이상 가지를 못하는 지렁이....  한통에 2,500원하지만 낚시한 후 낚시터에 버리곤 했다가 작년부터 화단에 보관하며 지렁이를 영구히 살릴 수 있는 방법을 찾고 있다.  앞서도 애기했지만 별반 준비없다가 갑자기 낚시가려할때 별것아닌 지렁이때문에 신경이 많이 쓰이기 때문이다.

 

일단 지렁이를 잘살려 놓으면 지렁이통을 널직하게 만들어 몇 통사서 키우려고 하는데 거의 일년동안 몇번을 시도를 했지만 실패다. 지렁이를 포동포동, 싱싱하게 키우기는 커녕 일주일 이상 지나면 지렁이가 가늘어지고 녹아 내리니 화단 환경때문인지 방법을 모르겠다.

 

한겨울에는 온도가 일정한 컴컴한 광속에 넣어두었지만 이것 역시 비슷하다. 낚시방에서는 저온 냉장고에 두는데 그렇다고 마눌님이 질색하는 지렁이를 냉장고나 김치냉장고에 넣을 수는 없지 않은가. 그랬다가는 삼시세끼 얻어먹기는 커녕 쫒겨나기 십상이다. 아버지만 집에 홀로 두고 새벽에 낚시가기 뭐해서 오늘은 가지 않았지만 이번주말에는 밤낚시를 가려한다. 이때까지 일주일 가량은 살아있겠지만 지렁이가 살이 쏙 빠지고 바늘에 끼우면 토막이 잘난다.

 

지금은 99.9% 포장도로이고 콘크리트로 땅을 덮었지만 예전에는 비가오면 지렁이가 어딘지 모르지만 슬금슬금 기어 나와 땅바닥에 지렁이 지나간 자욱을 쉽게 볼 수 있었다. 그렇게 아무곳에서나 잘 산 지렁이가 왜 지렁이통 안에서는 못살까. 그래서 화단 한견에 지렁이가 살만한 곳에 지렁이 두통을 그냥 뿌렸다. 식물과 풀이 자라는 땅세서 지렁이가 어떻게 살고 번식하는지를 관찰하기 위해서 말이다. 그런데 몇 칠 지나서 보니 지렁이를 찾아 볼 수가 없다. 작대기로 땅을 파헤쳐도 지렁이 그림자도 없다. 보다 좋은 약속의 땅을 찾아 간것인지 도대체 오리무중인거다.

 

예전 처가집의 두엄밭의 쇠떵 속에서 자라는 씻뿔건 지렁이가 생각난다. 날이 쌀쌀한 아침에 보면 쇠떵에서 김이 모락모라 피어난다. 쇠떵이 발효?되면서 쇠떵속의 온도가 밖의 온도보다 높았다. 나무 젓가락으로 쇠떵을 뒤집으면 검뿔은 통통한 지렁이가 많았다. 사온 지렁이통의 흙을 보면 쇠떵이 오래되어 거의 거름흙이 된 비슷한 색깔이다. 아마도 지렁이통 안의 흙이 지렁이를 살리는 흙거름이자 영양분이 아닐까하는 생각도 든다. 암튼 지렁이 키우기 도전은 계속 할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