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1년 2월 10일(음력 1월18일) 토요일 오전에 어머니께서 천상으로 가셨다. 양력으로 손자 생일날이자 아내의 음력 생일인 이날 어머니께서 이승을 떠나셨다. 그래서 손주생일은 양력 그대로, 어머니 기일은 음력으로 하자는 아버지 말씀대로 하다보니 어머니 기일 다음날이 아내 생일이다.
어머니가 그리도 귀여워한 손주와 손녀가 장성하여 결혼할 나이가 되었지만 어머니께 풍수지탄을 금할 수 없다. 아들딸에게 어떤 아버지가 되었는지 생각하다가도 어머니를 바라보면 아이들에게도 미안하고 어머니께도 부끄럽다. 그래서 옛말이 하나도 틀린 말이 없는듯 싶다.
수욕정이풍부지(樹欲靜而風不止/나무는 멈추고자 하나 바람은 그치지 아니하고)
자욕양이친부대(子欲養而親不待/자식은 봉양하고자 하나 어버이는 기다리지 아니한다)
지난 금요일에 대전동생이 회사일때문에 어머니 기일에 찾아뵙지 못한다고 미리 성묘하자고 올라왔다. 마침 지체된 납품건이 있어 나는 어머니기일에 가고 동생에게 아버지 모시고 제수씨랑 갔다오라 했더니만 아버지가 아니가신다 한다. 장남이 안가니 연세드신 아버지 마음이 불편하신듯 하다.
아버지와 나를 빼고 나머지 가족은 다 교회에 다닌다. 아내는 결혼하자마자 어머니가 교회에 다니게 했고 그래서 아이 둘도 모태신앙이다. 30년을 넘게 다닌 아내는 고향친구나 학교동창들 보다 교회 친우들이 더 많은듯 싶다. 동생이나 제수씨도 마찬가지다.
어머니가 계신곳은 기독교 묘지라 성묘하러 온 성묘객을 보면 꽃 한다발에 기도와 찬송가를 부르고는 금방 가버리는 경우가 많다. 그런 모습을 본 아버지는 뭔가 서운하고 허전한 느낌이 드시는 모양이다.
아버지는 전통 제사를 고집한다기보다 어머니가 평소에 좋아하시는 음식을 준비해 가는것을 좋아하시고 좀 추워도 어머니 앞에서 준비해간 제수음식을 맛나게 먹고 오는 것을 은근히 바라신다. 하여 하는 수 없이 제수음식을 준비하여 아버지와 동생부부, 아내와 함께 다섯이서 어머니 묘소로 간다.
차려온 제수음식을 어머니께 드리고 삼배한 후 동생부부와 아내가 기도와 찬송를 드린다. 기도하는 아내의 음성이 다소 떨리고 눈물을 머금은듯한 목소리에 다른 방향으로 고개를 돌린다. 오늘 따라 겨울 햇살에 눈이 시린정도로 부시다. 그래서 그런지 괜시리 눈가가 촉촉하다. 비록 이승에 아니계시지만 어머니의 사랑만은 항상 늘 우리 가족 곁에 영롱하게 살아 계시다. (⊙)
'사는이야기 > 주절주절' 카테고리의 다른 글
별것 아닌 일! 결코 별것이 아니다. (0) | 2016.03.17 |
---|---|
바들바들 떨면서 먹는 겨울 냉면 맛! (0) | 2016.03.01 |
끊어지지 않은 시간과 세월 (0) | 2015.12.31 |
오늘같이 뜨거운 날 쎄운한 냉면 어떄요. ^_* (0) | 2012.05.02 |
20년된 십만원권 위조수표 (0) | 2012.03.23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