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주절주절

별것 아닌 일! 결코 별것이 아니다.

越山 2016. 3. 17. 14:55

아침 식사후 커피 한잔 마시면서 따끗한 방바닥에 배를 깔고 TV를 보고 있는데 마눌님이 "이거~ 새네용" 하는거다. 주방으로 나가 보니 주방 배수구에 실구멍이 나서 설거지 한 물이 주방 바닥에 흥건하다. 몇 칠 전에도 샤워실 세면대 배수구가 헐고 낡다 보니 배수구 옆구리가 터져 대공사?를 한적이 있다. 그때의 자신감으로 "금방 해줄께"한 것이 생고생이 될 줄 몰랐다.


우리집 길 건너 중고 주방기기를 수리하여 판매하는 곳이 있다. 주방에서 사용하는 Y자 배출구를 애기하니 이천원이라며 바로 찾아 준다. 집에와서 다 연결하고 조이는데 조이는 부분이 제대로 조여지지 않는다. 물을 내려 보니 상단 연결부위에서 샌다. 다시 주방기기 업체로 가서 물어 보니 "아따... 멍키 스페너로 꽈~악 조여야지요"하는거다. 아~ 그러쿠나!


다시 집으로 와 지하실에서 캐캐묵은 멍키 스페너를 찾아 힘껏 조여건만 끝까지 조여지지 않는다. 괜시리 무리하게 조여다가는 박살이 날듯 싶다. 중딩 기술 시간에 배운 생각이 번득난다. 혹시나 나사 산이 안 맞나?는 의구심도 든다. 풀어서 보니 당췌 눈으로 나사 산의 높이와 밀도가 가늠이 안된다. 하여 다시 갖고 주방 중고판매장으로 갔다. 그 사람에게 말하니 다소 짜증을 내며 옆에 있는 사람에게 뭔 애기를 하며서 이천원을 돌려준다. 그런데 옆사람 왈 "이 Y자 배출구는 세탁기 배출구네"하는거다. 옆사람이 사장이고 그 사람은 초짜 직원이었다. 아이고 두야~


사장은 중고 부품으로 하지 말고 새 부품으로 하라며 설거지통에서 물이 넘치는 곳이 원형인지 사각인지 알고 맞는 것을 사용하라고 조언한다. "아~ 이젠 되쿠나"하는 생각으로 집에 와서 주방을 자세히 디벼보니 이건 철판을 다 뜯어내야 할 판이다. 진짜 대공사다. 차라리 오랜된 주방을 싸그리 교체하는 것이 나을듯 싶다. 마눌님의 도끼 눈빛이 마빡에 꼿인다.



절망이 있기에 희망이 있듯 지푸라기 잡는 심정으로 주방기기 업체에 좀 더 손쉬운 방법을 타진한다. 이러쿵 저러쿵 애기하다가 사장이 "이거 가정용이예요?" 한다. 그렇다고 하니 자기네는 업소용 주방기기 전문이라서 가정용 부품은 없다는거다. 헐....


할 수 없이 두어시간 발품 팔며 정보 한가지를 얻었다. 찾아가 물으니 만들어 준단다. 주방 배수구를 보여주니 이건 상단 부품(위사진 붉은 원형)은 원래 것으로 해야 나사산이 맞는단다. 기존에 나와 있는 부품으로는 맞지 않으니 조이는 연결부위 두개를 갖고 오라한다. 아차차... 집에 하나는 있을듯 싶고 하나는 업소 주방기기 업체에 보여주고 배수구를 짤라서 어떻게 하긴 했는데...&$%@#...이거 클났다. 마눌님의 쌍도끼가 눈썹을 스치고 지나가듯 등골이 싸늘하다.


최고의 속도로 주방기기업체에 헐레벌떡 오니 치운듯 그자리에 없다. 직원에게 애기하니 뒷쪽에 프라스틱을 버리려고 하는 쓰레기통을 보라고 한다. 이잡듯 뒤져도 없다. 일단 집에 가서 한개는 찾아 오고 다시 주방기기 업체 쓰레기통을 또 뒤지니 나갔던 사장이 와서 뭐를 찾는냐고 묻더니만 다른 통속에서 찾아서 준다. 혹시나 해서 재활부품통에 넣어두었단다. 아이고!!! 감사 합니다.


Y자 배수구 만드는 것을 보니 별것 아니다. 배수구 길이 적당히 짤라 배수구에 예전 부품을 미리 꼽고 연결부위 입구는 배수구와 접착되도록 본드로 붙이는 것 밖에 없는거다. 별것 아닌 일로 네다섯시간을 허비했다. 사실 우리는 일상생활에서 별것 아닌 일을 어렵게 난장으로 만드는 것을 종종 목도하고 경험하지 않은가.


별것 아닌 일도 시작하기 전에 충분히 생각하고 고찰해야 할 듯 싶다.

별것 아닌 일! 결코 별것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