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주절주절

까야 생밤이고 궤어야 삶은밤 아니겠는가!

越山 2011. 9. 20. 15:24

 

 

추석연휴와 지난 주말이 지나자 마자 가을바람이 제법 서늘해졌다.

살짝 열어놓은 창문 사이를 비집고 들어온 새벽 찬바람에 반사적으로 창문을 후다닥 닫고

부시시 떨리는 체온에 다소 두터운 이불을 꺼내 덮어야 할 정도로 갑자기 기온이 확 떨어졌다.

 

확실히 지난 추석연휴 한주보다 이번주가 가을을 느끼기에 바람이 한몫한 느낌이다.

그런대도 땡볕아래에 있노라면 이마에 엷은 땀방울이 맺이기도한다.

 

그래서 가을 바람때문일까.

문득 밤송이가 퍽 터져 나올것 같은 느낌에 점심을 먹고 주변 산기슭에 널려 있는 밤나무를 찾아 가본다.

 

 

송이사는 낫 한자루 들고 사람이 다닌 흔적이 없는 생자리를 노린다.

낫으로 잡풀들을 제거하면서 밤나무 아랫로 돌진한다.

생자리를 노려야 바람 등살에 떨어진 밤송이를 그냥 긁다시피한다나 뭐한다나...

 

그런데...어라...

떨어진 밤송이가 한톨도 없넹.

나무 위에는 어느정도 매달려 있건만....

그냥 밤나무 밑에 가면 저절로 줍는줄 알았다.

보니 바람이 부는 방향쪽으로 떨어진 것이 아닌감...

괜시리 낫으로 잡풀만 힘들게 베었다.

 

가만봉께... 밤송이가 작다.

아직 덜 영근듯 하다.

다른 곳 몇군데를 찾아 가보지만 마찬가지다.

 

 

이왕지사 움직였는데 좀더 떨어진 다른곳으로 왔다.

지난 봄에 밤꽃이 핀곳을 눈여겨 보았던 자리다.

 

 

 

벌써 어느 사람이 씨알좋은 굵은 밤알들은 다 헤쳐간 모양이다.

엄지손가락 한마디정도의 쭉쟁이 밤톨들뿐이다.

 

 

 

가을 바람이 선선하게 불어 가을 한복판에 와 있는듯 했는데

아직 가을이 밤송이조차도 토실하게 만들지 못한듯하다.

한 보름정도 있어야 밤도 가을도 토실토실해질듯 싶다.

 

괜시리 쭉쟁이 밤송이를 까는냐고 밤송이에 손구락 몇번 찔리고 

눈에 잘 보이지도 않는 가시가 까칠하게 박혔다. 

 

 

 

바람이 밤나무를 흔들고 지나가면 밤송이가 후두둑하며 몇개씩 떨어진다.

밤송이가 알차게 영글고 벌어져 떨어진 것이 아니라 가지에 매달린 밤송이 꼭지가 부실한듯하다.

땅바닥에 떨어진 밤송이를 아무리 까도 쉽게 까지지 않고 설사 까놓고 보면 덜익은 밤이다.

 

떨어진지 오랜된 누런 밤송이는 이미 썩거나 벌레 먹은 밤이요 다소 푸른 빛이 나는 밤은 덜익은 밤이다.

아무리 밤송이가 땅바닥에 천지삐까리로 널려 있다한들 까야 생밤이고 궤어야 삶은밤 아니겠는가.

 

모든 열매가 제대로 익어야 고개숙이고 충분히 영글어야 떨어지는줄 알았는데

밤송이는 그러하지 않는 것을 새삼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