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주절주절

지옥 문고리 잡는 음주운전.

越山 2011. 6. 25. 12:52

23일부터 쇠주 한잔만 마셔도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기 십상이겠다.
음주운전 단속기준인 혈중알코올 농도 0.05% 이상에서 0.03% 이상으로 내려가 단속기준이 강화되었다.

 

남부순환도로 톨게이트에서 통행료를 받던 시기에 음주단속에 걸렸던 적이 있었다.
이모님 시어머니께서 돌아가셔서 오후 6시 전후쯤 이모님이 권하여 쇠주 두잔 마셨다..


밤 11시 넘어 어머니를 모시고 차를 몰고 남부순환도로 톨게이트쯤 오자 음주단속을 하는거다.
쇠주 두잔 한 시간도 몇 시간 전이고 더우기 배가 고파 국밥 두그릇을 먹었던터라 설마 알코올 측정치가 나오겠는가 했다.


웬걸.... 대략 0.038%쯤 나온거다. 일단 차에서 내려 교통경찰관님의 훈계말씀을 듣고 훈방조치되었지만 이것이 두번쨰 음주단속에 걸렸던 사건이었다.

 

첫번째 음주단속에 걸린것은 1980년 중반이후쯤 한창 친구들이 결혼하던 시기였다.
지금 KT에 근무하는 친구의 결혼식에 참석하고 김포공항에서 비행기 태워 신혼여행 보낸후 친구들과 아내들이랑 송추유원지로 뒤풀이 갔다. 닭백숙에 쇠주한잔 걸치고 실컷 놀다보니 그날따라 어두워진거다.

 

행주대교를 넘어와 그러니까 그때 개화리 수로의 수문있는 곳 부근의 조그마한 다리전 이니까 현재는 방화동쯤일 것이다. 아마 행주대교와 강화로 갈라지는 그 길목 부근일것이다. 그때 그곳 수로 옆에 검문소가 하나 있었었는데 휴일이거나 주말이면 어김없이 검문하는 것을 나중에야 알았다.

그런데 어느 차는 검문없이 그냥 보내고 어느 차는 잡는것이 아닌가....
이거 클난거다.  운전석 창을 내리고 머리를 단정히 빗고 넥타이를 곧추잡아 바로 세우고 태연스런 자세로 있는데 검문하지도 않고 그냥 내리란다. ??? 헐....

 

"술 한잔 하셨잖아요" 하는거다." 이륜쩬짱...&^$^#$*......
전경께서 하시는 말씀이 라이트를 끄지 않은 차량 백이면 구십구는 음주운전이란다.
자연스럽고 태연스런 모습만 가장하려고 용을 써지 정작 라이트는 끄지 않았던거다.


측정기에 부나마나 단속기준을 넘어 설 것이 뻔하다.

검문소 이쪽 저쪽에서 음주 단속자에게 두어사람씩 매달려 있다.
다 음주운전에 걸려 통사정하며 바지주머니에 얼마간의 뇌물을 쑤셔 넣기에 바쁘다.
그리곤 줄행랑이다. 뭐... 우리 일행도 그렇게 해서 겨우 빠져 나왔다.

 

이때만 해도 음주운전은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시기였다.
하다못해 낚시갔다 오는중 고속도로에서 속도위반에 걸렸는데 마침 우리차 운전자가 한잔 걸친거다.
아니 다 마셨는데 운전자만 덜 마신것 뿐이다.

그런데도 몇만원 건너주면 통과였다.


그러던 것이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다.
검사가 직접 음주단속 현장에 나와 지휘를 했었다.

 

늦은 시간 교통량이 많은 도로의 일정한 방향을 정해 놓고 그물망식으로 단속을 하니 꼼짝마라다.
91년쯤인가 하필 이날 모 보험사 전산실 인원들을 접대하느냐고 3차까지 했더니만 카드빼고 현금이 달랑 만원이 남은거다.


31빌딩 길건너 예전 쁘레탕 백화점 앞길에서 택시를 잡는데 빈차도 없거니와 합승방향도 우리집 방향으로 가는 택시가 없다.

한창 택시를 잡으려고 용을 쓰고 있는데 술에 취해 먼저 집에 간다던 우리 프로그래머 직원이 느닷없이 나타나 택시비를 달란다.


딱 현금 만원짜리 한장인데 했더니 취기에 그냥 잡아채고 간다.

할수없이 일단 택시타고 집에 가서 주면 되겠지하며 기다려도 도무지 빈차량이나 합승이 없다.


거의 삼십분정도 택시를 잡다 보니 짜증이 덜컥나는거다.

예전 쁘레탕 백화점 아래 파출소가 있었는데 내차를 어쩌다가 파출소 앞에 세워 놓았는지 모르겠지만 도둑이 제발 저린다고

차를 끄집어 내기가 매우 움찔거리는거다. 살금살금 차로 닥아가 일단 운전석에 앉아 파출소 문과 창문을 통해 보니 경찰관이

안에서 움직이지 않는 것 같아 언능 차를 뺐다.

 

한강대교 검문소를 조심하자며 다리전에 차를 세워두고 음주단속이 있나 없나 유심히 살펴보니 차량들이 그냥 지나간다.
긴 안도의 한숨을 토해내며 한강대교를 건너 상도터널로 들어서는 차선으로 들어 섰다. 순간 느낌에 아차 싶다.
그러나 이미 차머리는 노량진쪽으로 넘어가지 못할 차선이고 이미 상도터널 입구가 코앞이다.

 

터널안으로 십여미터 들어서니 차량이 꽉 막힌거다.
늦은 시간에 이렇게 상도터널이 막히면 무슨 조화가 있더라도 있는거다.

 

요즘 드라마 '최고의 사랑' 노래 가락처럼 두근두근 세근세근 꽁닥꽁닥 심장이 막 뛰는거다.
왜 이리 상도 터널이 이다지도 긴지....

 

한강대교 방향에서 상도터널로 가자면 터널 길이 약간의 경사(느끼질 못할정도)가 있는 길이다.

또한 터널을 빠져 나오자마자 도로가 약간 내려가는 그런 도로다.
경찰차가 도로 양쪽에 배치되어 있고 횡단보도 전에서 음주단속을 하는데 횡단보도에서 터널쪽을 주시하면 차량들 뒤편이 잘 안보인다.

그래서 중앙선 가운데 받침대를 놓고 차량들이 움직이는 것을 관철하는 경찰관도 있다.

 

또 머리에 빗질하고 넥타이 고쳐매고 단속 차례되면 측정하나마나 그냥 자수하려고 마음먹었다.
어떻게 피할 방법도 없고 회피한다고 해서 해결될 문제도 더욱 아니니 포기하고 그냥 체포?될 마음을 굳힌거다.

 

아내와 아이들의 얼굴이 하나 둘 스쳐 지나간다.
부모님과 동생 또한 직원들과 다음날 처리할 일들과 납품건 프로그램 개발건 등등이 주마등처럼 스쳐 지나간다.

 

드뎌.... 내 차례가 되어 브레이크를 지긋이 밟고 차를 세웠다.
측정 하면 뭐하겠는가. 그래서 측정거부가 아니라 그냥 차에서 내려 자수하려고 운전석 문고리에 손가락을 집어 넣고 문을 열려고 하는 찰라....
교통경찰관의 봉(손신호기)이 운전석 열린 창을 통해 서서히 들어 오는 그 순간이 묘해서 눈을 위로 치켜뜨고 보니 음주단속하는 교통경찰관이

나를 쳐다보고 있어야 하는데 상도터널쪽을 보고 있는거다. 그러면서 "저기~ 저 봉고... 봉고..."라고 소리치는 것이 아닌가.

 

그러자 중앙선에서 상도터널을 빠져나오는 차량을 감시하던 경찰관도 뭐라 소리를 친다.
순간 나도 모르게 " ...불었는데요.... " 했더니만 쳐다보지도 않고 상도터널쪽만 주시하며 가라는듯 봉으로 흔드는 것이 아닌가.

 

입에서 쌉쌀한 신음소리와 나도 모르게 " 엄마...아부지... " 라는 말이 튀어 나왔다.

진짜 용궁 문고리 아니 지옥 문고리 잡고 열려다가 탈출한 기분이다.

음주운전을 자랑하려고 하는것이 결코 아니다.
예전에는 음주운전에 걸려 벌금물고 면허정지 당하면 바보소리 듣곤했다.
그만큼 음주운전을 범죄시 하지 않는 사회 통념이 강했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음주운전과의 전쟁을 선포했지만 그런 사회통념이 당시 여전했었다.

법과 질서를 지키자는 시민의식이 성숙해져 이제는 음주운전 단속에 걸리면 창피한거다.
이제는 범법자이니 가문의 수치는 당연하것이고 생업에 많은 지장이 초래하여 가정도 잘못하면 풍지박살 날 수 있다.


자신만 망가지면 좋지만 가정도 엄청난 고행을 얹져줄 수도 있고 혹은 음주운전으로 상해을 입는 상대가

죽음에 이르거나 평생 장애를 입는다면 결코 돈으로 법으로 해결될 문제가 아니지 않은가.

 

그런데 몇 년전부터 음주단속 하는 것을 잘 보지 못했다.

무슨 이유때문인지 모르겠지만 느슨하게 단속하다보면 오히려 음주운전 운전자만 양성할듯 싶다.

언제 보니 음주단속도 예고하고 단속하는듯 하다.

도둑이 도둑 마음을 안다고 나의 경험에 비춰보면 음주단속은 사전예고없이 해야 습관적으로 술을 마시는 음주운전자에게 각인될 것이다.

 

노태우 전 대통령이 그나마 제일 잘한 일중 하나가 음주운전과의 전쟁 선포가 아닌가 싶다.

음주운전이 범죄자요 범법자로 인식되게끔 한 공로만큼은 인정하고 싶은거다.

 

아무튼 지난날의 음주운전을 절실히 재차 반성하며 음주단속 기준치 강화를 쌍수로 환영하는 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