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잡썰

산행중 분실하고 남은 장갑 한짝의 새로운 변신.

越山 2016. 4. 6. 10:22

산행을 하다보면 잃어버리는 물건들이 있다. 쉬는 곳에 벗어 두어던 모자나 선글라스, 수건, 장갑 등이 그렇고 아마도 그중 쿠션이나 수건과 장갑이 많을거다. 간혹 스틱, 핸폰를 놓고 자리를 뜨는 산님들도 있는데 이해난감이다. 나의 경우를 보면 잃어버리는 물건은 장갑이 으뜸이다.


특히 가을에서 겨울로 넘어 가는 시기나 겨울에서 봄으로 스며드는 시즌에 손이 시린 정도로 추우면 장갑을 끼고 있는데 따뜻한 날에는 장갑을 벗고 싶은 마음이 절로 든다. 그러기에 주머니에 적당히 밀어 넣고 산행하다보면 주머니에서 슬그머니 빠지고 떨어져 잃어버린다. 장갑 두짝을 다 잃어버리는 것 보다 왼손 혹은 오른손 장갑 한쪽을 잃어버리는 것이 속이 더 상한다.


물론 이런 경우가 수십번은 아니지만 십수년 산행하면서 여섯, 일곱번쯤은 된다. 그러다 보면 남은 한짝은 그냥 쓰레기통으로 직행하기 마련이다. 어느날 딸이 사준 장갑을 끼고 몇 번 산행했는데 역시나 왼쪽 장갑을 분실했다. 바위에 앉아 잠시 쉬면서 딸이 사준 고마운 정성을 생각하면서 온 길을 되돌아 갈까 어쩔까 망서리고 있었는데 뭔가 시꺼먼것이 보인다. 왼쪽 장갑 한짝이 바위옆에 널부러져 있는거다. 


어느 산님인지 몰라도 장갑 한 짝을 잃어버리고 나처럼 어느 산마루에서 찾으러 갈까 말까 고민하고 있을 산님을 상상하니 쓴웃음이 나온다. 비록 질감과 색상, 기능성이 다르지만 장갑을 주워 끼우니 뭐 그런대로 낄만하다. 누가 굳이 짝짝이 장갑만 뚫어지게 바라보겠는가 말이다. 그렇다. 아!~~ 이거다.


사실 등산 양말은 간혹 짝짝이로 신고 다닌다. 왜냐하면 한쪽 양말이 헤어져 구멍이 나면 버리고 한쪽이 신을 만한 양말이면 그런 양말을 모아 짝이 안맞더라도 그냥 신고 다녔다. 좀 오래된 양복도 헤어지면 상의, 하의도 짝짝이로 입고 다니는데 장갑인들 대수인가. 또한 장갑을 짝짝이로 낀다고 누가 흉을 보겠는가?  거친 나뭇가지나 바위에 손을 보호하고 따듯하고 편하면 그만이지 다른 산님의 시선을 의식할 필요는 없는거다.


곰곰히 생각해 보니 등산 양말은 등산화와 바지 밑둥이 가려줘 드러나지 않으니까 자위적인 절약?정신으로 신은듯 싶다. 등산 장갑은 적당히 숨길수 없으니 무엇을 의식했다기 보다 "아무나가 보면?"하는 잠재의식에 나도 모르게 마음이 복종 당하고 억압되었던 모양이다. 이런 고정관념이 등산장갑을 분실한 후 새장갑을 몇 번씩이나 사게 만들었다. 


생각을 바꾸니 고정관념에 사로잡혀 분실하고 남은 한짝을 버린것이 후회가 된다. 분실하고 남은 한쪽도 버리지 않았으면 멋찐 장갑 패션?이 될 것인데 말이다. 산은 언제나 부족한 마음을 깨닫게 해주고 심신을 정화시키며 심리를 치유해 준다. 태고적부터 산은 그자리에 있으면서 아무때나 찾아가도 짝짝이 마음을 온전히 합하여 한마음으로 만들어주기에 오르고 또 오르는 까닭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