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일기

늦가을의 뒤태와 아내의 가족사랑(101107)

越山 2010. 11. 17. 19:30

 

과천청사 앞 꽃사과 열매와 현관앞의 탐스러운 국화꽃송이 

 

토요일 북한산 산행은 뿌연 먼지 탓에 탕춘대 능선길에서도 쪽두리봉이 희미하게 보였는데 일요일 이날도 마찬가지다. 현관 앞 만추속의 국화꽃은 만발하여 산에 잘갔다 오라는듯 싱그럽게 피었지만 잿빛하늘 때문에 산에 오를 코스가 먼지하늘 만큼 막혀 생각이 나지 않는다.  오데루 갈까나.... 하다가 길을 건너기 위해 횡단보도에 서있는데 9-3번 버스가 지나간다.

 

그러자.

그래.. 관악산 육봉으로 가자.

 

 

과천 역사편찬위원회 앞 쭈욱 벋은 도로의 은행나무가 가을을 노랗게 물들였다.(↓)

 

 

 

 

가을이 단풍을 태우는 것인지 단풍이 가을을 태우는 것인지 구분이 안간다.

보통때 들머리 시간보다 한시간정도 늦은 시각이지만 적지 않은 산님들이 육봉계곡을 찾는다.(↑)

 

일자 : 2010년 11월 7일 일요일

코스 : 과천종합청사-역사편찬위원회-장군봉능선-팔봉국기봉-육봉과 삼봉사이 계곡길-문원목포-원점회귀

준비 : 마꼴리, 컵라면, 도시락과 반찬, 뜨거운물

누구 : 월산과 마눌님

교통 : 4호선 과천종합청사역에서 하차, 이날은 9-3번 버스탐

 

 

육봉능선이 희미하게 보인다.(↓)

너무 흐려 초소능선쪽의 기차바위가 보이질 않는다.

15일이 지나면 아마 육봉문이 폐쇄될 것 같다.

그러기전에 아내에게 육봉암벽이나 태워나 주자.

 

 

 

해가 늦게 떠올라 들머리 시각도 다들 늦추어 졌는지 이시각에도 마당바위에 산객들이 제법 있다.

아랫쪽에 있는 작은 문원폭포의 난간절책도 지난 여름 곤파스에 휘어진 모양이다.

육봉 계곡에 물이 거세게 흐르면 진짜 휘험하다.

마당바위 위쪽의 바위덩어리들도 물살에 휩쓸려 저렇게 쌓인것이다.(↑)

 

 

장군능선으로 방향을 바꾼다.(↓)

가을이 어디론가 훌쩍 떠나기전에 아직도 어디선가 기다리고 있을 곱디고운 단풍을 만나러 가야겠다.

관악산이 귀전에 속삭이는듯 뭔가 마음 한켠이 장군능선이나 삼봉능선쪽으로 닥아선는거다.

 

이능선은 산님들이 많지 다니지 않는 길이라 초입에 길을 제대로 찾지 못하면 엉뚱한 곳에서 치고 올라가야한다. 이 두능선에 와본지 벌써 몇해가 흘렸는가. 아련한 그때의 산행 추억이 발길을 돌려 세운거다.

 

육봉계곡길 끝트머리에서 KBS송신소로 올라가는 능선길이 있지만 삼봉능선이나 장군능선으로 오르려면 아래 장군능선 화살표쪽으로 가야한다. 물론 육봉계곡길로 가다가 장군능선의 다른 능선으로 오르는 길이 있지만 이날은 단풍이 이쪽에 있을 것 같아 이쪽 방향으로 오른다.

 

 

 

어느 이름모를 산악회에서 수십명정도가 이쪽길로 오른다.

길을 몰라 한쪽은 삼봉능선으로 붙고 한쪽은 우리 부부쪽으로 따라 붙고 한쪽은 계곡길로 가다가 중간에서 장군능선으로 치고 올라온다. 우리부부를 따라온 산님들은 같은 산악회로 알았다나 뭐라나...ㅋㅋ... 길도 모르고 리더도 없다것 같다보니 세패로 나누진거다. 수십명씩 산행하면 그만한 조직이나 선두나 후미를 봐주는 사람이 있어야 하는데 그냥 무대포로 오르는것 같다. 지켜보니 쬐게 잼있다. ㅎㅎ...(↑)

 

아내도 3월 수술한 후 산행을 꾸준히하니까 몸이 많이 좋아졌다.(↓)

그래서 막 치고 올라간다. 관악산은 돌산이라 길이 가다가 끊긴다.

사실 끊기는 것이 아니라 바위나 돌무더기가 길이다 보니 돌산에 감각이 없는 산님들은 그냥 길이 없는 줄안다.  그래서 따라온 산님들이 우리를 놓친후 잠시 헤매다 이곳 저곳 기웃거리며 오르다 보니 늦는다.

 

 

이런 길은 진짜 재미있다.

청계산 두세번 가보고 아니 가는것이 흙길과 바위길의 느낌이 다르기 때문이다.

그냥 걷는 것보다 바위길에서 개척 산행하는듯이 오르는 재미는 안해본 산님은 모를거다.

사당에서 연주대 주능선 길은 주말에는 많은 산님들로 북적인다.

그런 곳을 피해 이런 코스는 아주 기분을 삼삼하게 만들고 스트레스를 팍 풀어준다. .(↑)

 

(↓) 하지만 이날은 뿌연먼지 하늘때문에 곱게 물들은 단풍을 바라볼 수없어 답답한 마음이 들기도 한다.

관악산 케이블카(철탑)능선의 새바위도 이쪽에서 봐야 새대가리처럼 생긴것을 잘 볼 수 있다.

철탑능선 넘어는 완죤히 보이질 않는다.

 

 

잠시 막걸리 한잔으로 목을 축이며 미세먼지가 자욱한 육봉능선을 바라보는 마눌님...(↑)

 

그런 창공을 까마귀가 날아가고 있다(↓)

 

 

이정도 에서 보면 육봉 국기봉과 팔봉 국기봉에 펄럭이는 태극기가 보이는데 뿌연먼지 때문에 당췌 뵈질 않는다.(↑)

 

장군능선 마지막 봉우리 올라왔다가 잠깐 내려가다가 다시 관악산 주능선으로 올라야한다.(↓)

그런데 그길에서 눈에 익은 단풍이 있다. 그래 맞다... 맞어... 이 단풍골이야...

아~ 그래서 관악산이 이쪽으로 꼬드긴것 같구만...

 

어느방향 계곡 단풍골로 내려갈까나...

일단 주능선으로 붙고 보자.

 

 

저길이 육봉국기봉에서 KBS송신소로 가는 주능선길이다.

장군능선으로 내려가기 위해서는 눈을 크게 뜨고 잘 둘러봐야 이길을 찾을 수 있는거다.
마치 샛길같고 오솔길 같아 길처럼 보이질 않으니 산님들이 찾지 않는 이유이기도하다.(↑)

 

저길에서 죄회전을 하면 아래 위험 표지판 있는 곳하고 그다지 멀지 않다.(↓)

저 바위길에 올라 삼봉능선과 육봉능선 사이의 계곡을 바라보니 정말 쥑인다.

뿌연 박무만 끼지 않았더라면 사진빨도 환상적으로 나왔을 것인데 그저 안타깝다.

나홀로 산행이나 아내와 함께 산행하면 저런 풍광을 그냥 지나치지 않는다.

찾아 가는 재미가 쏠쏠한거다.

 

 

어느 산악회에서 저 바위에 오르려고 많은 산악회 회원들이 너도나도 할 것없이 오르고 있다. 오르는 것도 좋지만 다니는 길은 막지 말았으면 좋겠다. 암벽 아래 좁은 바위길에 몇 산님이 서 있으니 오가는 산님 불편한거다. 다른 산님들을 배려해주는 마음이 아쉬운 장면이기도 하다.(↑)

 

팔봉 국기봉에 오를 틈이 없다.(↓)

저 아래 핏물같은 붉은 단풍이 기다리고 있기 때문에 발걸음이 바쁘다 바뻐... ^_*

팔봉 국기봉을 지나서 또 한적한 샛길로 빠져 단풍골로 가는 계곡길로 접어든다.

 

 

산에서 본 장면하고 사진빨하고 영 다르다.

계곡쪽으로 좀더 닥아가 숨어 있는 단풍을 눈으로 본 느낌이 사진빨보다 훨씬 좋다.(↑)

 

경사가 매우 급한 길이다.(↓)

 

 

암벽이 위험할 것 같아 줄을 매달아 주었는데 암벽사이에 난 나무 뿌리를 잡고 아내가 잘도 내려온다.

아내가 이제는 담력도 다소 세지고 잡는 힘 역시 느는것 같아 좋다.

그런 아내가 멈춰선다. 길이 없단다. ㅎㅎㅎ...

 

산님이 잘 찾지 않는 이런 길은 낙엽이 길을 덮고 있다.

더우기 위에서 언급했듯 바위길이라 길이 없는 것 처럼 보이지만 방향만 잘 잡으면 아무런 문제가 없다. 오히려 흙길은 산님이 다닌 흔적이 없으면 그것이 처음길이요 생길인거다. 그런 길은 모르면 풀과 나무사이를 헤치고 가야 하지만 바위와 돌무더기가 있는 곳은 진짜 오르고 내려가기가 편하다. 바위와 돌에 풀과 나무들이 자라지 않으니 그만큼 앞으로 전진하기가 수월하기 떄문이다..(↑)

 

(↓) 뜨거운 물에 데인듯 삭아 내린 단풍도 있지만 아직은 단풍이 가을 한복판에서 자태를 한껏 뽐내고 있다.

관악산의 또 다른 현란한 단풍이 이 골짜기에 이렇게 숨어 있다. 국내 다른 명산들에 비해 흠잡을때가 없는 기가막힌 단풍인거다.

 

 

단풍골 골마루가 온통 붉은 빛이다.

마치 단풍 낙엽으로 레드카페트를 깔아 놓은듯한거다.

 

 

관악산은 어느 구석이든지 길은 다 뚫려있다.

저렇게 바위들이 얼기 설기 된 곳은 그냥 건너 뛰기만 하면 된다.

그러다가 산기슭에 다닿르면 그때서야 산님이 다닌 흔적이 보이기 시작하고 길이 보인다.

 

 

육봉 능선의 코끼리 바위가 골마루에서도 보인다.(↑)

 

삼봉능선 초입(↓)

여기 저 돌계단도 아마 오래된 사찰터 같은 생각이 든다.

석축과 돌계단만 있고 아무것도 남아 있지 않은 유적지?....

저 돌계단 좌측 계곡길로 올라가면 우리 부부가 내려온 길이고 돌계단 위쪽으로 오르면 삼봉 능선길이다.

우측으로 오르면 올랐던 장군능선이다.

 

 

큰 문원폭포 물이 말랐다.

우리가 내려온 그 계곡이 큰 문원폭포 물길이다.

폭포 위쪽 바위에 앉아 담소를 나누는 산님들....

물론 이쪽으로 돌아와 문원폭포 위쪽으로 갈 수 있다.(↑)

 

다시 원점으로 회귀...(↓)

마당바위 저 위쪽으로 오르면 일명사지 사찰터가 나온다.

능선으로 올라 왼쪽으로 더 오르면 케이블카 능선이요 우측으로 가면 종합청사 철책이 나온다.

능선 넘어 아래로 그냥 내려가다가 능선에 붙을 수 있는데 그길로 내려가면 성당옆의 주차장과 과천소방서가 나온다.

 

 

늦가을의 뒤태를 육봉 계곡에 갇어 놓고 가을이 뿌려준 낙엽을 밟으면 아내와 손을 잡고 집으로 향한다.

 

 

집으로 향하는 마음에 뭔가가 허전하다.

딸에게 전화하여 사당으로 오라하고 샤케집에서 아내와 딸과 함께 따근한 오뎅 국물에 늦가을을 담아 한잔한다.  아내에게 산행시 매번 간단하게 뒤풀이 하자하면 극구 사양하더니만 딸을 불러내니까 좋아한다.  하긴 아들딸과 아내와 이렇게 뒤풀이 한지가 얼마만인가...

 

그렇쿠나. 

아내는 자신만 생각하는 사람이 아닌것을 새삼 또 깨닫고 깨닫는다.

가족과 가정과 함께하기를 늘 기대하고 바라는 것이 아내인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