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일기

단풍별곡 노래하다 장댓비와 우박에 혼비백산(111015)

越山 2011. 10. 18. 17:07

 

 

지난 토요일 8일에 저수지 계곡으로 하산하면서 관의의문 북사면을 바라보니 단풍이 익어가기 시작한 낌새가 있었다.

15일 토요일에 다시 저수지 계곡으로 또 올라 관악산의 숨어 있는 단풍을 찾아가 본다.

 

올해는 과연 관악산의 단풍이 어떤 모습으로 반겨줄지 자뭇 궁금하다.

제발 월산을 기다리다가 애간장이 타서 바삭 오그라들지 말기를 바라는 마음 간절하다.

 

어느해는 가을 가뭄떄문에 마치 기름에 튀긴것처럼 물기하나 없이 사그러진 단풍이 많았었다.

또 어느해는 더딘 가을 때문에 단풍이 푸루딩딩 불그레해지다가 하얀겨울에 훌쩍 떠난 적도 있었다.

 

또한 이산마루 저골마루의 단풍이 익어가는 속도가 다르다.

남향, 북향등의 방향에 따라 채색되는 단풍의 순도도 다르다.

 

그러다 보니 어느 마루 어느 골에 가을의 향취가 숨어 있는지 가늠하기가 어렵다.

그저 발품을 파는 수 밖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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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관악산 저수지 계곡에 가을이 꽉들어차지 않았다.

아마도 다음주나 월말이면 가을이 계곡에 뺴곡히 채우리라...

 

 

(↓) 저수지 계곡에서 헬기장으로 오르는 능선으로 올라탔다.

그 능선에서 바라본 관악의 문(좌측 봉우리) 북사면과 연주대(우측 탑) 방향...

날씨가 흐리고 약간의 가스가 차서 그런지 사진빨이 안좋다.

 

 

(↓) 어짜튼 관악의 문 북사면에 빨갛게 피어난 단풍나무들이 마음을 끌어 당긴다.

관악의 문 북사면에 있는 단풍은 사당에서오는 주능선에서 잘보이지 않고 설사 보인다 해도 그냥 지나치기 일쑤다.

여기서 봐야 관악의문 북사면 단풍 풍경이 제대로 보이는거다.

 

 

(↓)  헬기장 바로 아래직전에서 들국화 한컷 훔치는데 천둥이 요란하게 울린다.

하늘이 국화국을 피우기 위해 천둥이 울지 않아도 좋다

단지 단풍을 보러 온 것인데 하늘이 시샘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이날 비가 5mm 정도 온다는 예보가 있었지만 천둥이 울리는 것을 보니 느낌이 영~ 좋지 않다.

 

 

(↓) 헬기장 지나고 전망대 지나 관악의문 북사면에 피어난 단풍들...

그저 열심히 걷다보면 자칫 놓치기 쉬운 장면이다.

그래서 산행은 속도전이 아니라 멈춤의 미학이 있어야 한다.

자신이 온길을 한번쯤 뒤돌아 보는 여유와 주변 풍광을 즐길 줄 아는 멋이 있어야 저런 풍경도 보는거다.

그냥 막 달려가며 아무것도 보지 못한 산행은 산행이 결코 아니다.

 

 

(↓) 관악의 문 북사면에 있는 단풍을 보려면 저 산님이 내려오는 우측 방향으로 들어가야한다.

물론 그 옆에 저수지 계곡으로 내려가는 길이 있지만 그 위쪽길로 가면 관아의 문 옆구리를 도는 길이 있다.

그길로 해서 관악의 문 정상 직전까지 오를 수도 있고 저수지 계곡으로 내려갈 수도 있지만 권할 만한 길은 아니다.

 

조금 오르다 보면 길의 흔적이 없다.

관악의문 정상으로 오름은 뱀이 득실거릴 것 같은 풀이 잔뜩 우거져 헤치고 올라야하고

내려가는 길은 빗물길을 따라 내려가야 한다.

그 빗물길 따라 여기저기 단풍나무가 멋찐 자태를 뽐내지만 빗물길따라 내려가면서

감상하다가 썡고생을 한적이 있어 가고픈 생각이 별로 없다. ㅎ..

 

(↓) 관악의 문 초입에 막걸리와 번데기 파는 그앞에 이쪽으로 들어 오는 길이 있다.

대략 이쪽으로 들어오면 급한 용무를 보는 줄 알지만 이쪽 넘어 숨어 있는 단풍이 있다.

 

 

(↓) 아마... 사당부터 관악의문 초입전까지 단풍나무가 그다지 없을거다.

설사 있다해도 한두그루 두세그루 피어있는 단풍이 고작이다.

그런 단풍을 보고 어찌 가을의 향내를 맡을 수 있으리...

 

 

단풍향 짙게 베어 나오는 이곳에서 막걸리 한잔 아니하면 산행의 멋이 나겠는가.

 

마꼴리 한잔을 단풍에게도 뿌려주니 저절로 단풍이 익어가는 소리가 들리는듯하다.

 

 

아니.... 단풍도 마꼴리 한잔에 취한듯 검붉은 빛을 더욱 더 뿜어낸다.

 

푹신한 단풍나무 낙엽 위에 앉아 가을에 도취되어 한줄기 바람결에 떨어지는 단풍을 아쉬워 하노라.

 

 

단풍잎 사이로 비집고 들어오는 바람이 다소 거세다.

 

 

넋 놓고 앉아 있을 수만 없다.

어느 산마루 골마루에서 월산을 애타게 기다리는 단풍이 있을터....

그 기다림의 비명소리가 선듯 들리는듯하다.

또 다른 단풍을 찾아 일어서자.

 

(↓) 관악의문에서 관악사지로 가는 길로 간다.

그나마 이쪽길은 길옆에 단풍나무들이 심심찮게 있다.

그러나 이쪽 남향쪽은 이상하게 단풍이 덜 익은듯하다.

 

 

(↓) 사실 이쪽 길도 단풍이 제대로 물이 들면 풍경이 좋은 길이다.

길 한쪽켠에 단풍나무 몇 그루가 피어 있는데 오가는 산님들의 발길을 잡는다.

작은 공간이지만 단풍에 취해 발길을 멈추고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 관악사지을 한눈에 내려다 보이는 작은 봉우리에 올라왔다.

봉우리 뒷편도 단풍군락이 있지만 오늘은 갈길이 멀다.

알알히 박혀 있는 단풍들....

 

 

(↓) 문득 연주대를 바라보니 비구름이 모여든다.

운무가 철탑을 에워싸고 가리는듯하다가 훤히 보여주고 또 숨기기를 재차 반복하는 것을 보니 심상찮다.

 

 

(↓) 뒤를 돌아 과천시를 바라보니.... 어머나...

언제 저렇게 먹구름이 몰려 들었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단풍에 취해 비가 온다는 예보를 망각한것 까지는 좋으나 예사롭지 않은 먹구름 때문에 괜시리 긴장된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으려다가 나무가 많은 숲으로 들어가야겠다.

그래야 나뭇잎들이 우산 역할을 해주니 먹을 시간만큼 시간을 벌어주겠지....

 

(↓) 관악사지 위 산기슭으로 올라왔다.

여기서 점심상을 풀어 놓는데 친구인 허저프에게 전화가 왔다.

자전거 타고 퇴근하는데 장댓비가 억수로 내린다고 한다.

비구름이 관악산쪽으로 가니 알아서 하란다.

디지탈 단지 이니까 쬐게 먹을 시간은 있께쥐이...

어느정도 안심 푹...

 

 

 

(↓) 전화받고 한일이분정도 되어나....

한창 점심상을 펼쳐 놓았는데 연주대 위쪽에서 "따따따..."하는 소리가 들린다.

헐... 띳용...⊙.⊙;;....

이건 빗소리다.

경험상 보니 빗줄기가 나무와 나무잎을 후려치며 쏟아지는 소리인거다.

먹거리를 후다닥 베낭속으로 꾸겨 놓고 있는데 마치 물동이를 쏟아낸듯 퍼붓는다.

 

언능 방수잠바를 챙겨 입었는데도 몇십초사이에 온몸이 훌렁 젖었다.

나무가 우산기능을 하리라는 생각이 어리석었다. 굵은 빗줄기에는 해당하지 않는다.

어찌나 거센 빗줄기인지 가을의 끄트머리에 매달린 잎새들이 힘없이 우수수 떨어진다.

광풍이 불어대니 장관이 따로 없다.

마치 공동묘지에 스산하게 바람이 불면서 허공에 많은 낙엽이 휘날리는듯 한 그런 느낌이다.

토끼자....연주암으로....

 

ㅎㅎ... 그래도 굵은 빗줄기를 담아 보자며 한두컷 찍으니 굵게 쏟아지는 빗줄기가 어렴풋히 잡혔다.

 

 

(↓) 거기다가 콩알만한 우박까지 쏟아진다.

이것도 인증샷...ㅋ...

 

 

(↓) 연주암으로 오니 산님들이 비를 피해 인산인해다.

어느정도 있으니 비가 소강상태다.

500원 동전 넣고 연주암에서 처음으로 따끈한 커피 한잔한다.

 

 

(↓) 간혹 내리는 빗줄기도 대략 줄어들었으니 KBS송신소 아래 계곡의 단풍을 보면서 못먹은 점심을 먹을 요량으로 그쪽으로 간다.

케이블카 능선에서 연주암으로 들어오는 길목의 단풍 역시 2%부족한듯하다.

이쪽도 단풍군락 공간 크지 않지만 그런대로 제대로 단풍이 익으면 볼만하다.

 

 

(↓) KBS송신소 아래에서 팔봉쪽으로 가는 계곡길의 단풍들...

덜 익은듯 푸르딩팅하다.

 

 

(↓) 저 노랗게 익은 단풍은 경험으로 봐서는 결코 검붉어지지 않을듯 싶다.

 

 

아무튼 남향쪽의 단풍은 아직 제대로 익지 않은듯 싶다.

 

 

팔봉으로 넘어가려는데 또 장댓비가 쏟아진다.

천둥번개와 동반하며 관악산에 울린다.

천둥소리에 더디 익는 단풍이 정신이 번쩍들어 제대로 익어으면 좋겠다.

 

(↓) 다시 연주암으로 피신....

점심을 먹으려 해도 또 피난온 산님들이 북적거려 입맛을 잃었다.

남은 마꼴리 한잔하며 비가 멈추기 기다리지만 하염없는듯하다.

 

 

(↓) 하산하자쿠나...

오늘만 날인가.

내일도 있고 올해 못보면 또 내년을 기약하자....

 

(↓) 관악산 제3깔닥고개의 단풍도 괜찮다.

그러나 아직 여기도 설 익었다.

 

 

(↓) 비가 쏟아지는데 오른는 산님이 있다.

이분도 단풍이 그리워 단풍 찾아 오신것은 아니겠지.

산행은 이런 여유와 멋이 있어야 진정한 산행이 아닌가 싶다.

오르는 산님이여~ 찬비가 오는데 건강 유의하시고 즐산, 안산 하시길 바랍니다.

 

 

(↓) 서울대 정문에서 관악구청까지 가는데 버스가 20분이 걸린다.

비는 엄청나게 쏟아지다 보니 차량들이 정체다... 정체...

서울대 입구역까지 어느세월에 갈지 모르겠다.

 

닭곰탕으로 비에 젖은 마음을 달궈 보려고 했는데 방향을 수정하여 갈비탕집으로 간다.

이룬쯘짱.... 벌써 갈비탕이 다 떨어졌다한다.

그 옆집에서 따끈한 국물에 쇠주 한잔하니 몸이 풀린다.

 

단풍별곡 노래하다가 느닷없이 장댓비 맞아 보기는 처음이다.

다음주엔 팔봉과 육봉 옆 계곡의 단풍별곡이나 읊어야겠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