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일기

산행은 安山, 물놀이는 安水(110814)

越山 2011. 8. 24. 13:34

 

 

8월 14일 일요일에 모처럼 허저프 부부, 송이사 부부, 월산 부부 그리고

이교수와 판이님이랑 함께 관악산 자운암 능선으로 올라탔다. (↑)

 

(↓) 한떄 소낙비가 온다는 기상예보가 있었지만 아랑곳하지 않고 오른다.

날씨가 산에 오르기 그만이다.

살랑 살랑 부는 바람에 가을향기가 나는듯하다.

 

 

(↓) 운무가 관악산을 에워 싼다.

 

 

(↓) 비가 오려나....

 

 

(↓) 연주대를 바라보니 운무가 능선을 타고 오르는 속도가 빠르다.

 

 

 (↓) 아내가 이교수랑 연주대를 배경으로 빨래판 바위에서 한장...

 

 

전날 아버지와 고기전 안주로 쇠주 한잔 한것이 영 속이 좋지않다.

쇠주 한잔하고 고기전 하나를 입에 넣고 씹는데 기름이 입안에 흥건하다.

아버지 앞이라 벹을 수도 없고 그냥 삼켜더니 속이 니글니글....

아침에도 편한 속은 아니었지만 어느정도 산행 열기가 몸에서 돋아나니까 속이 뒤죽박죽이다.

 

동네 전집에서 파는 전이 기름 범벅이라 그집을 절대 안가는데 아버지가 한밤중에 그냥 사오셨으니

아니 먹을 수도 없어 깡소주로 버티었더니 그 휴유증이 산행시 나타나는거다.

어기적 어기적 거리며 간신히 오른다. (↓)

 

(↓) 몸상태가 좋지 않아 자리 잡고 점심을 먹으려는데 하늘이 심상찮다.

운무가 잔뜩 끼어 사방이 온통 하햫다.

그냥 지나가는 소낙비 정도로 생각하고 천막을 치고 먹거리를 펼쳐 놓았는데 천둥번개가

치더니 굵은 장댓비가 퍼붓는다. 거기다가 거친 광풍까지 휘몰아친다.

 

굵은 장대 빗줄기가 보다 콩알 보다 큰 물덩어리라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런 물덩어리가 몸에 닿자 마자 찬기가 몸을 파고든다.

 

우비며 방풍자케이며 하물며 천막을 풀어 천막으로 빠져나가는 몸의 열기를 막는다.

치아가 덜덜 떨리기 일보 직전이다.

 

그렇게 쏟아지고 퍼붓는데 사진 찍을 염두가 나지도 않거니와 그냥 다 젖어 버리니 꺼내지도 못한다.

하늘에서 그냥 물을 퍼붓는듯 하더니 서서히 멈추기 시작한다.

뜨거운 물과 더운 음식으로 대략 점심을 떄우고 바로 하산한다.

 

냇가의 물이 금방 불었다.

급류다.

 

냇가 건너편에 있는 저 산님은 어찌 나올꼬...

이날 관악산에서 저렇게 냇가 건너편에 있다가 119에 구조 당한 사람들이 뉴스에 나왔다.

 

 

(↓)  냇가 건너편에 있는 사람들이 몇명된다.

그 위로는 거의 경사가 급하고 그위에 철조망이 쳐저 있는데 빠져 나오려면 골치가 아프겠다.

그런 생각을 하며 한장 찍는데 마침 판이님이 물세례를 퍼붓는 장면이 순간 포착되었다.

 

 

 (↓) 송이사 부부...

냇가 좌축쪽에 있는 축대가 무너지기 일보직전이다.

무너지면 이런 급류에 떠밀려 내려오기 충분하다.

잠시 쉬면서도 괜시리 저 축대에 눈이 자주 간다.

 

 

(↓) 물가 옆에서 아내와 판이님이 장난을 치다가 급류에 휘말렸는데 내발이 떨어지지 않는다.

다행히 바위를 붙잡고 떠내려가지 않았지만 두 사람다 팔다리에 멍이 들었다.

아내의 멍은 지금도 가시지 않고 씨꺼멓다.

 

그만큼 급류가 위험하다.

저런 급류에 빠지면 바위나 돌덩어리에 머리를 한번이라도 부딪치면 정신을 잃어 그냥 물귀신이 되는거다.

 

 

(↓)  뒷풀이 장소로 가기 위해 베낭을 짊어지는데 건너편의 산님들이 도와달라고 한다.

아내와 판이님이 순간적으로 미끄러져 급류에 휘말리는 것을 봐는데 어찌 도와 줄 수 있는 방도가 없다.

그냥 수량이 줄거나 119에 신고 하든지 아니면 위쪽 철조망을 넘어가는 수밖에...

안타깝지만 어쩔 수가 없다.

 

서울대에서 흘러 내려오는 빗물...

순간적으로 퍼붓는 장댓비가 엄청나다.

저 앞의 철조망은 이번 장마에 이미 떨어져 나간 상태다.

 

 

(↓) 구멍있는 곳은 죄다 뿜어져 나온다.

 

 

(↓)  상류쪽은 냇가 폭이 좁아 급류였는데 아랫쪽은 폭이 점차로 넓어지니 물살이 어느정도 죽는다.

이정도면 충분히 건널 수 있는데 하필 폭이 좁은 위쪽에서 물놀이 하다가 물에 갇혀버린 산님들만 갑갑한거다.

 

 

(↓) 어린이 물놀이장도 무식하게 쏟아지는 장댓비에 썰렁하기만하다.

아마도 아이들과 물놀이하다가 퍼붓는 장댓비에 혼비백산하여 거의 철수 한 모양이다.

 

 

한 20~30분 퍼붓는 장댓비에 관악산이 이정도라면 관악산보다 큰산은 정말 주의해야 할 것이다.

순간적으로 불어나는 물에 갇히고 더우기 거센 물살에 휩쓸려 떠내려가다가 여기저기 부딪치다보면

정신을 잃어 사망하는 것은 시간문제 일것 같다. 

 

왜 계곡에 가서 급류에 갇혀 119을 부르고 거친 물살에 사망하는지 이제사 피부에 와 닿는다.

계곡에서 물놀이 할때 아무리 명당자리라 하더라도 토사가 밀려 내려올 소지가 많은 곳과

산사태가 나기 쉬은곳과 순간적으로 물이 불어 났을떄에 급히 피할 수 있는 환경에서 물놀이를 즐겨야 하겠다.

 

아직 오늘까지도 아내 다리 상처도 아물지 않고 팔뚝엔 씨꺼먼 멍자국이 생생하다.

14일에 급류에 떠밀려 난 상처자욱이 10일이 지난 24일 오늘까지 그렇다.

그러니 거센 물살에 제대로 떠밀려 바위에 몇번 부딪쳐다면....

생각하기도 싫다.

 

산행도 安山해야겠지만 물놀이도 안물?... 安水 해야할듯 싶은거다. 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