집앞에 차를 주차해 놓고 잠시 차안정리를 하는데 철대문 자물쇠 열리는 소리가 "찰깍" 하는 소리가 들린다.
다소 어둡지만 아내가 옥상의 국화꽃에 물을 주다가 대문을 열어 준것인지 집안에 있다가 열어 준 것인지 짐작이 안간다.
하여튼 차소리를 듣고 대문을 열어 준것만 해도 기분이 좋다.
간혹 기분이 다운되었을떄 집에 도착하여 그나마 반전 시켜주는 집사람의 첫시도가 대문을 열어 주거나 마중나와 주는 것이 아닌가 싶다.
남편이 아빠가 밖의 기분을 집으로 갖고 들어가 집안 분위기를 썰렁하게 만들지 못하는 방법중에 하나라 하겠다.
현관앞 불도 켜지 않은채 쭈그려 앉아 뭐를 하고 있는 아내....
"뭐 하는거여"
" 쌈장 만드는거야"
"또 쌈장 만들어?... 전번에 해찮아~"
"전번에도 재료 받아 쌈장 만들어 나눠주었더니 또 해달라고 해서..." 하는거다.
시월에 메주담고 고추장 담글때도 한참을 큰 주걱으로 비벼주었다.
언능 옷을 갈아 입고 큰 주걱을 휘젓는다.
아내는 맛을 보며 소금을 간간히 뿌린다.
"팔 아프쥐~이~"
"그런대로...."
ㅎㅎ... 쇠주 한잔은 있겠쥐... ^_&
그러더니 마침 잘 왔다며 또 뭐를 들어 달란다.
가스불 위에 펄펄 끊는 물을 내려 장독대로 가고 오란다.
수증기가 뿌옇게 올라와 큰 냄비안을 제대로 볼수가 없다.
장독대에 내려 놓고 보니 감주 아닌가...
"이것또?.... 식혜 만들어 또 퍼줄려꼬?"
아이들이 가을들어 식혜를 잘먹고 아버지 역시 아침마다 한잔씩 드리니 좋아 하셔서 또 만드는거란다.
이일 저일 도와주니 예산되로 저녁때 돼지고기 삶은 것을 내놓는다. ^^
상추나 깨잎 없어도 새로 만든 쌈장을 듬뿍 발라 쇠주한잔 곁드리니 맛이 또 색다르다.
맛이 어떻냐고 묻는다.
아직 쌈장에 미지근한 온기가 있어 깊은 맛을 느끼지 못하지만 가을 밤바람에 온기가 식고 제대로 익으면 맛이 좋아질 것 같다.
매번 저렇게 많은 쌈장을 하지만 나눠주는 아내의 친구 가족들이 맛있다며 우리집보다 더 많이 먹는듯하다.
정성드려 힘들게 해서 나눠주는 아내가 나름대로 보람을 느끼는 것 같고 또한 맛나게 먹어주는 사람들이 있어 취미놀이처럼 해주는듯하다.
그래서 간혹 아내에게 농반진반으로 하는 애기가 음식점 한번 내자고 하면 손사레를 친다.
이렇게 해서 가까운 사람들끼리 나눠 먹는 것이 좋지 장사한다는 마음 먹으면 이런 정성 안들어간다나 뭐한다나...
아내의 정겨운 마음씨도 가을밤처럼 깊어만 가고 쌈장도 덩달아 익어가고 월산 또한 쇠주 한잔에 붉은 단풍잎처럼 달아 오르는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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