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는이야기/주절주절

가을 향기가 그윽한 국화 꽃송이.

越山 2010. 11. 12. 12:05

 

 

국화옆에서 -서정주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봄부터 소쩍새는

그렇게 울었나 보다

 

한 송이의 국화꽃을 피우기 위해

천둥은 먹구름 속에서

또 그렇게 울었나 보다.

 

그립고 아쉬움에 가슴 조이던

머언 먼 젊음의 뒤안길에서

인제는 돌아와 거울 앞에 선

내 누님같이 생긴 꽃이여.

 

노오란 네 꽃잎이 피려고

간밤엔 무서리가 저리 내리고

내게는 잠도 오지 않았나 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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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당 서정주 시인이 노래한 '국화옆에서'의 시귀에 나오는 노란 국화는 아니지만

자주색(연분홍) 국화 꽃송이가 가을의 끝자락을 알리고 있다.

 

위와 아래 사진은 작년 10월부터 11월 중순까지 틈틈히 찍어 두었던 국화사진이다.

국화가 가을 속에서 꽃잎 나래를 서서히 펼치는 과정을 담았는데

당시 바쁜일이 있어 블러그에 올릴 시기를 놓쳤다.

 

어제 저녁때 비와 더불어 돌풍이 거세게 몰아치고 번개가 번쩍거렸다.

사당역에 약속이 있어 현관문을 나서는데 국화가 늦가을의 광풍에 시달리면서

가을을 흠씬 머금고 안간힘을 다해 버티고 있었다.

 

그런 국화꽃을 보고 작년에 찍었던 국화꽃 사진이 문득 생각나는거다.

국화꽃이 그렇게 시달리지 않았다면

또 한해를 훌쩍 넘길뻔했다.

 

가을이 그렇게 국화꽃 사진을 블러그에 올리겠끔 거센 광풍이 몰아쳤던 것 같다.

 

 

아래는 올해의 사진.(↓)

몇칠전 새벽에 비가 살짝 내린 모양이다.

을씨년스러운 가을 비를 머금은 국화 꽃송이....

 

아직 꽃잎 나래를 다 펼치지 못했지만

꽃송이가 만개되고 몇 칠 지나면 초겨울바람에

국화 꽃송이가 삭아  내리겠지....

 

겨울이 멀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