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일기

춘삼월이 피어낸 春雪花(110301)

越山 2011. 3. 4. 15:26

 

 

삼일절 아침에 비가 추적추적 내린다.

눈이 온다는 일기예보를 믿었건만 괜시리 하늘이 원망스러워 현관밖으로 나가보니 비가 진눈깨비로 변하는거다. 아내 심부름으로 보라매공원 롯데백화점으로 향하는데 어느새 하얀 눈송이로 변한다. 마음이 급해진다.

 

아내에게 산행 준비하라고 이르고 일을 보고 언능 집으로 가서 봇짐을 메고 나오니 눈이 끄쳤다.

도로와 이면도로에 내린 눈은 금방 녹아 언제 눈이 왔는지 모를 정도다. 관악산 앞 청룡산을 쳐다보니 나무에 걸친 눈송이가 다 시들해져 녹아 내린듯하다. 관악산과 삼성산 깊은 산마루와 골마루는 눈이 있으리라.

 

다년간의 산행경험으로 미루어 짐작컨데 분명 春雪은 나를 애타게 기다리고 있을 것이다.

그러면 방향은 삼성산쪽이다. 가자.... ^_^

 

 

급한 마음에 관악산 광장 입구로 돌아 들어갈 시간이 읎다.

바로 냇가로 사다리 타고 내려가 다소 질러간다.

아내는 뭔 눈이 있겠냐며 시큰둥한다.

속으로 중얼거린다. "좀 올라가서 탄성을 지르지 마셩"...(↑)

 

 

아내는 오히려 물소리가 봄의 교향곡같다고 한다.

그래 맞다.

봄과 겨울이 겹쳐지는 경계선이요 언저리에 당신과 내가 있다.

봄은 어차피 올 것이고 春雪은 이것이 마지막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니 언능 春雪과 조우하고 싶은 마음이 청아한 물소리보다 더 보고 싶은거다.(↑)

 

 

삼성산 왕문산 오르는 초입에 잔설이 널려 있다.

나는 의심하지 않는다.

분명 조금 더 오르면 능선길에 하얀 春雪이 나뭇가지마다 매달려 春雪花가 피어 있을거다.

 

관악산 둘레길 2구간도 이 능선에 있다.

1구간보다 조금 더 힘든 코스?....(↑)

 

 

ㅎㅎ... 한오름 오르니 생각대로 산이 春雪을 고히 품고 있다.

 

 

아내가 탄성을 자아 내기 시작한다.

 

 

산아래에서 아무리 보아도 산속에 있는 春雪은 보지 못한다.

발품을 이렇게 팔아야 춘삼월이 피어내는 春雪花를 보는거다. ^___^

 

 

아내가 몇몇 친구들에게 전화를 하고 핸카로 찍어 보낸다.

빨리 산으로 오라고 딱달댄다.(↑)

 

 

봄의 물기를 머금은 春雪이 무거운지 나뭇가지들이 다소 늘어져 있다.(↑)

 

 

밧줄이 있으니 春雪이 무서우랴...(↑) 

 

 

서울대 인조 축구장에서 축구가 한찬이다.

아내와 함께 자연이 내려준 눈길을 밟으며 봄을 맞이 하는데 인조잔디에서 딩굴들 봄을 만끽할 수 있겠는가. 역시 자연이 좋다. (↑)

 

 

왕문봉에 오르니 구름이 낮게 내려 앉았다.

그런 풍경에 도취되어 사진찍는 산객...(↑)

 

 

하긴 이런 풍경을 일년에 과연 몇번 정도 보겠는가.

눈이 온다고 미끄럽다고, 비가 온다고 날이 좋지 않아 안가고 못가는 산들님들이여...

이런 날일수록 산에 오시라.

자연 풍광이 너무나도 쥑여준다.

 

날씨 좋은 날만이 풍경이 좋은 것은 결코 아니렸다.

맑은 날 골백번 와도 이렇게 자연이 주는 풍경은 죽어도 못본다.

더우기 장거리 산행 하지 않아도 도심속에서 이런 풍광이 생활터전 바로 옆에 자리 잡고 있거늘 뭐가 힘들고 어렵다고 못오시고 안오시는가.... 안 그런가?

 

 

春雪세상 속으로 더욱 깊게 닥아선다.(↓)

 

 

겨울이 주는 선물인지 봄이 주는 선물인지 구분이 안되는 모양이다.(↓)

그래.... 뭐 빨리 갈 필요있겠는가.

느긋하게 春雪花를 감상하며 눈과 마음에 한가득 담고 가자.

 

 

캬~.... 너무나 좋다. 

 

 

까이꺼 칼바위쪽으로 오르자....(↓) 

 

 

 

이런 날 칼바위 오르면 반 자살행위....(↓)

오른 흔적이 하나도 없다. 

 

 

우회길로 돌아 가는데 여간 미끄러운 것이 아니다.

습기를 머금은 春雪인지라 언곳은 매끄럽기가 한량없다.

내려갈떄 아이젠을 필히 착요해야 할듯....

 

 

한오름 올라와 봐도 칼바위를 넘나든 자취가 없다.(↓)

하산하는 산님이 칼바위를 넘어 가고픈지 물끄러미 쳐다보고 있다.

 

 

칼바위 국기봉을 지나 바위능선을 관찰하는 아내...(↓)

마눌님... 돌아가셩잉...

 

 

소나무가 春雪 껴입고 백송이 되어 버렸다..(↓)

 

 

칼바위 아래 계곡은 구름공장이다.(↓)

운무가 저 아래 계곡부터 슬슬 피어 올라 칼바위 바위계곡을 감싼다.

 

 

 

요기만 오르면 힘든 구간은 없다.(↓) 

 

 

능선으로 오르니 바로 앞의 장군봉 전망대도 멋찌다.(↓)

 

 

칼바위 국기봉이 젖어 펄럭이지 못하고 접힌 그대로 있다.(↓)

 

 

ㅎㅎ.. 미끄덩....(↓)

유리알처럼 맨질맨질...

 

 

(↓) 삼성산 열녀암능선과 암벽국기봉, KT송신소, 학우봉, 제2전망대 봉우리가 훤히 보이는 곳에서 짊어메고 온 먹거리를 먹는다.

 

 

뭐가 그리 추운지....(↓)

아내가 쪼이고 있다... ㅎㅎ...

 

 

관악산 연주대 방향...(↓)

햇살이 구름을 뚫고 나와 비추고 다시 숨다 보니 하이얀 설산의 풍경이 그때그때 마다 색다르다.

 

 

 

햇살이 때때로 비추니까 산의 질감이 변하기 시작한다.

하이얀 산이 푸르딩딩하게 변하는거다.

나뭇가지에 얹힌 눈송이가 녹아 내리기 시작하니 퍼렇고 삭아내린 잎사귀 색이 옅게 베어나기 시작한다. 이또한 자연의 이치에 담긴 풍경이 아니겠는가.

 

 

어느새 날씨가 점차로 맑아지니 다소 시야가 트이기 시작한다.(↑)

 

 

암벽 국기봉으로 향하는데 나홀로산행에 나선 판이님과 만났다. 

역시 판이님도 산꾼이다. 이런날 방콕하면 절대 안되쥐....

 

 

처음 만난 판이님과 아내가 무슨 할말이 그리 많다고 붙어서 떨어지지 않는다.

 

 

판이님 웃는 모습도 春雪花같다.

 

 

석왕사로 하산...

 

 

하산하니 눈이 다 녹아 말라 언제 눈이 왔나 싶을 정도의 거리다.

새벽 도둑처럼 왔다가 후다닥 내빼버린 春雪이 쬐게 야속하지만 우중산행보다는 백배나 좋았던 설산산행... 또 느닷없이 春雪이 내렸으면 좋겠지만 산허리를 돌아 나오는 산바람에 벌써 봄이 스며든듯 하다.

 

 

 

화사한 봄만 생각했지 하얀 봄을 생각조차 못했는데 뜻밖의 봄을 맞이한 삼일절 산행....

봄도 하얗다는 것을 알려준 자연이 고맙고 하얀 봄을 간직한 산이 고맙다.

그래서 산이 거기에 있기에 언제나 찾아 가는지 모르는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