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행이야기/산행일기

술독 해독을 위한 산행사우나를 아시나요.(101219)

越山 2010. 12. 24. 14:10

 

 

전날인 토요일 18일에 아내와 수리산 산행후 저녁 모임자리에서 어찌나 술을 목구녕에 쏟아붓었는지 아침까지 비몽사몽이다. 19일 일욜 조블산악회 계양산 벙개산행 시간이 오전 10시 만남인데 도저히 일어나질 못하겠다. 할 수 없이 못 간다는 문자를 넣어 주고 머리를 이불속으로 박아 넣는다.

 

아내가 깨워 간신히 한숟가락 우겨넣으니 몸이 그냥 퍼진다.

이대로 그냥 널부러졌다가는 월요일까지 이런 망가진 컨디션이 잇어지겠다 싶어 교회갔다 온 아내에게 짧게 산행하자고 하니 흔쾌히 승낙한다. 무거운 발걸음을 아내에게 의지하며 집앞에서 5520 버스를 탄다.

 

아내를 배려한 산행코스도 생각이 나지 않는다.

그저 멍하다. 그러다 보니 5520 버스 종점까지 갔다. 아무 생각없이 천근만근 몸을 이끌고 그냥 바람이 부는대로 발길 닿는대로 그냥 그렇게 간다. 문득 고개를 들어 보니 경인교대 입구다. 우측 봉우리가 삼성산 제2전망대다. 저길 올라갈까 생각하다가 그냥 또 걷는다. (↑)

 

 

찬바람이 입과 코로 페부로 스며드니 다소 혼탁한 머릿속이 정리가 되는듯하다.

그래... 술독을 주욱 빼자. 뺴버려.... 해독이 안되어 머리가 혼미하고 마음까지 탁하니 알콜 한방울까지 ㅉ쮜어짜내자. 발걸음에 좀더 속도를 내본다. 삼막사 바리케이트까지 빠른 걸음으로 걸으니 이마에 땀이 송글송글하다. 몸이 떼우니 술독이 빠지는듯한 느낌이다.(↑)

 

 

그래... 능선으로 붙자.

오늘의 코스는 저 앞 바리케이트에서 이 전붓대 아래 냇가를 건너 바로 능선으로 붙는다.(↑)

 

 

얼마 오르지 않았는데도 제법 땀이 줄줄 흘러내린다.(↑)

 

 

무겁던 다리가 다소 풀리기 시작한다.

날씨도 포근했지만 평소와 달리 땀이 소낙비처럼 머리 정수리에서부터 줄줄 쏟아져 내린다.

그래 이맛이야. 이맛.....

서서히 술독이 빼지는 것이 몸으로 마음으로 느껴진다.(↑)

 

 

아내는 덥다고 자켓을 벗는다.

술독을 더 빼내기 위해 자케 지퍼를 턱밑까지 올려 버린다.

산행 사우나다. 사우나가 별다른가. 차이가 있다면 일반사우나는 몸을 움직이지 않고 탕속에 들어가 뜨거운 물에 몸을 데우는 것이고 산행사우나는 몸을 부단히 움직여 체내 온갖 장기들의 운동에 열량 소비를 증가시켜 몸이 데우는 차이가 아닌가 싶다. 다 땀이 나고 몸이 한결 가벼워지고 각자 나름대로의 산뜻한 기분을 맛볼 수가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일반사우나는 아무리해도 살이 빠지질 않는다. 산행으로 악화된 지병을 완화시키고 낫다는 말은 많이 들어 보았지만 일반사우나를 주구장창해서 건강이 회복되었는 애기는 금시초문이다. 그만큼 유산소 운동으로 몸속 구석구석까지 알알히 박여있는 독을 빼내는 산행이야말로 레저운동중에 최고의 레저운동이 아닌가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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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산 한우물 뒤편쪽에서 암벽타기를 하는 산님들....

여기보다는 칼바위 뒤쪽이 낫지 않을까...(↑)

 

 

아내 역시 3월에 수술한 후 병원에서 처방한 약과 한두가지 건강 식품 먹는 것 빼고 산행만 꾸준히 했다.

우울증, 갱년기 등을 산행으로 이겨낸 아내다. 그러기에 아내와 함께 산행하는 것이 자연 치료인거다. 아내와 같은 부인과 수술을 한 아내친구들은 수술한지 몇 년이 되어도 좋다는 약과 식품들을 지금가지도 먹는다. 그러기에 아내가 산에 가자고 하면 어딜 안가겠다고 꾀를 부리겠는가. 안그런가? (↑)

 

 

아내와 함께 올라온 능선길로 오면 칼바위에서 삼막사 가는 주 능선길하고 만난다.

왼쪽 아래로 가면 삼막사 가는 길이요 우측으로 가면 칼바위길이요 우측 위쪽으로 가면 찬우물 약수터 및 한우물 그리고 호압사 가는 길이다. (↑)

 

 

찬우물을 경유하여 계곡 끝트머리에 있는 경인교대를 바라본다.

우리가 올라 온 능선길이 저 계곡 아래에서 좌측으로 붙어 올라왔다.

또한 위 사진에서 봐듯 암벽 연습하는 곳은 우측 봉우리 아래다. (↑)

 

 

한바탕 땀을 쏟아내더니 어느정도 컨디션을 찾았다.

훨 가벼워진 마음에 날아갈듯 상쾌하기 그지 없다.

그냥 이불속에 널부러져 있었다면 지금까지도 끙끙되고 있었을 것 같다.

 

하산하는 산님들도 있지만 늦은 시각인데도 오르는 산님들도 제법 있다.

이런 산님들도 산행사우나의 맛을 충분히 느끼는 산님들이리라.(↑)

 

 

산행 후식으로 잣나무 산림욕장으로 내려가 잣나무의 향기를 한껏 마시자.(↑)

 

 

짙은 녹색 부분이 잣나무 군락이다.(↑)

 

 

잣나무 숲....

한 여름에 돗자리 펴고 그늘진 잣나무 아래에서 한숨자면 그만한 영양제도 없을거다.

 

사실 산행은 보다 건강한 몸을 다듬고자 산행하는 것인데 그늠에 술땜시 산에 갖다 온 효력이 반감되니 년말 잦은 술자리가 웬쑤로다. 괜시리 술때문에 억지 산행사우나 이야기를 했지만 사실 어거지는 아니다. 스스로 몸을 부단히 움직여 땀을 샘솟게 만드는 유산소 레저운동이다 보니 여러가지 효능중에 술독을 빼는 기능도 우수하다는 이야기지 매냥 술독에 빠져 산행으로 술독을 빼라는 말씀은 아니니 오해 하지 마시라. ^_&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