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월 14일 수요일 무쟈게 바쁘다.
아침 밥이 코로 입으로 들어가는줄 모르고 허겁지겁 두어 숟갈뜨고 영등포로 달려간다.
신호에 걸려 창밖을 무심코 내다보니 길건너 대림성모병원이 보인다.
또한 중앙선 버스 정거장의 광고판에 언듯 아내의 모습이 어른거리는거다.
(파적 삼아 포샵을 해봐슴다.)
눈의 비벼대고 다시 보려니 뒤차가 빵빵거린다.
내차 앞을 보니 벌써 앞차가 영등포방향으로 좌회전을 해서 앞이 훤히 비워졌다.
이른 젠쨩....
언능 엑셀레이터에 후까시를 넣고 냅다 뺀다.
이러다가 괜시리 사고 아닌 사고가 나겠다는 생각이 든다.
무엇이 나를 이렇게 조급하고 화급하게 만들까나...
이리저리 일을 보고 저녁무렵 아산병원 주차장에 도착했다.
마음을 가다듬고 보듬으려해도 당췌 평상심을 찾을 수가 없다.
아버지를 그냥 병실에 홀로 두고 아내와 비가오는 올림픽대로를 차를 몰고 달린다.
윈도우에 부딪쳐 알알히 부서지는 빗물처럼 마음이 산산조각난다.
그런 억눌림이 줄기차게 마음을 눌리는 가운데 하루 이틀전 인문학의 숲인가 뭔가하는 방송 프로그램에서
"노자"라는 말이 채널을 돌리는데 귀전에 들리는거다.
서강대 모교수의 애기(앞전 애기는 지세히 듣지 못했지만)인즉 어느 학생이 "도덕경을 읽으면 행복하다"라는 말을 듣고
사람을 제대로 만났다고 했던가..... 아무튼 제자로 받아 들이는 계기였다는 말이었다.
뭐... 그 교수나 그 학생만큼 인문학에는 얼척이 없는 나다.
허나 도덕경을 읽으면 행복하다는 말에 순간 공감이 퍼득가는거다.
노자의 말씀을 꼽씹으면서도 행복하다는 생각은 전혀 들지...아니...생각조차 못했다.
느낌도 들지 못했고 언필칭 그런 사유조차 못했다.
그러나 "도덕경을 읽으면 행복하다"는 그 말을 듣는 순간 뭔지 모르지만 온몸에 와닿는 뜨거움이 있었다.
뜨거움의 까닭은 행복해지고 싶은거다.
나름 노자를 보고 만져보고 느낀 화두가 "無爲"였는데 "도덕경을 읽으면 행복하다"는 말에 눈물이 확 쏟아지려고 했다.
그래 맞다.
작금에 있어 노자의 시대 정신은 행복인지 모른다.
無爲가 自然보다 앞선 이유가 만드는 것도 지키는 것도 아니기 때문일듯 싶다.
스스로 그러한 것은 누구나 다 순리대로 섭리대로 하면 이루어지지만 순리와 섭리대로 안되는 것이 무위가 아닐까 싶은거다.
그런 뜻에서 작금의 행복이 이러하지 않을까.
그러니 간병하는 아내가 도로에서 불쑥 보이고
아버지의 병세에 조급하고 화급해 지는 것이 그런 까닭이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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