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추가 갈 하늘과 물빛마저 물들이고 있다.
일요일 오전에 내린 비가 붉게 물든 단풍때깔을 퇴색시키기는 커녕 고색창연한 색으로 더욱 돋보이게 연출시킨다.
살포시 물기를 머금은 단풍이 노랑, 붉은 질감으로 시선을 잡아 당기니 그 단풍향이 그윽하기 이를데가 없다.
가을 비를 두고 을씨년스럽다고 했지만 비맞은 단풍은 그렇게 옹색하지 않았다.
오히려 스산한 가을을 영롱하게 재창조하는 것 같다.
전날인 토요일은 비가 온다는 예보에 일산으로 일을 보러 갔지만 정작 날씨는 좋았다.
일요일인 이날 오전내내 비가 내리는 가운데 멈추기를 학수고대 했다.
스마트폰으로 기상예보 보기를 수십번....
어차피 늦은 산행 어기적 사브작 거리며 느린 걸음으로
단풍이 물든 그길을 따라 만추속으로 아내와 판이님과 함께 스며들어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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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교회에서 돌아온 아내와 베낭을 짊어메고 나가려는 순간... 아버지가 지갑을 잃어버렸다고 하신다.
"언제요?"
"어제 잃어 버린 것 같다." 하신다.
카드 3장에 체크카드, 주민등록증, 면허증 등등이 들어 있는 지갑을 통쨰로 분실하신거다.
왜 이제 말씀하시냐 여쭈어더니 월요일에 은행에 가서 신고하려고 하셨다며 태연하신거다.
각 은행에 카드 분실 신고하고 조회를 해봐더니 다행히 인출된 금액이 없다.
농협카드만 어느 군상이 비밀번호 3번 이상을 눌러 전화로도 조회가 안되었지만 농협도 인출된 금액이 없다.
그래서 부담없이 집을 나서 판이님이 기다리는 서울대 정문으로 간다.
서울대 정문에서 하차하니 정문 주변의 단풍이 시선을 확 잡아끄니 눈알이빠질 정도다..
앙증맞게 붉게 익은 단풍 때깔이 이전에 보았던 단풍보다 더 뜨겁게 잡아 당기는거다.
(↓) 서울대 정문 앞은 산행시 수시로 드나드는 곳이었는데 물기를 머금은 단풍이 이렇게 색채가 고운지 예전에 미처 몰랐다.
(↓) 관악산 연주대가 비구름에 에워 쌓여 있지만 뜨겁게 달아 오른 단풍에 오히려 비가 멈춘듯하다.
아니 어쩌면 뜨거운 단풍을 식혀줄 요량으로 비가 온듯도 하다.
(↓) 추적추적 내리는 빗방울에 은행나무도 한해의 무거운 짐을 내려 놓았다.
아내가 노란 은행잎을 한껏 허공으로 날린다.
(↓) 아내의 천진난만한 표정이 좋다.
저렇게 즐거운 마음이 한주내내 계속되기를 떨어지는 은행잎에 살포시 빌어 본다.
수술 후 산행으로 몸을 많이 추스려지만 아직도 아내에게 미흡하게 해주는 것이 많다.
아내가 저리 즐거워 하는 표정을 보니 나 또한 열배 백배 기분좋고 즐겁기 한량없다.
(↓) 가을을 물씬 머금은 은행잎....
(↓) 이 은행나무는 아예 옷을 훌러덩 벗어 버렸다.
가지에 매달린 잎사귀가 다 귀찮은듯 거의 다 떨구어 내었다.
벌써 겨울을 준비하는듯 앞서가는 은행나무...
그러나 그 뒤의 단풍나무는 핏빛같은 붉은색으로 가을의 깊이과 폭을 더 한층 돋아낸다.
(↓) 그에 반해 이 은행나무는 가을이 가는 것에 미련이 있는지 잎사귀를 움켜쥐고 있다.
식물도 보면 가지가지 특성에 자연의 조화가 색다르게 숨어있다.
사람마다 다 개성이 다르듯 자연의 개성도 그떄그때마다 다 다른듯 하다.
(↓) 붉은 단풍나무가 스스로 붉은 그림자를 만들었다.
서울대학교 잔디는 황금색으로 변해가는 가운데 비바람에 떨어진 단풍이 마치 그림자 처럼 떨어졌다.
그런 붉은 그림자를 배경으로 젊은 청춘 남녀가 사진찍기에 여념이 없다.
(↓) 아내는 계속 핸폰으로 서울대학교의 단풍을 지인들에게 생중계한다.
마치 노오란 카페트를 밟고 오는듯하다.
(↓) 판이님을 찍는 찰라 스마트폰으로 나를 찍는듯....
붉은 단풍 앞으로 좀더 닥아서니 노오란 은행잎이 붉은 단풍에 금새 물들은듯하다.
(↓) 깜박 속았다.
다소 멀리서 보니 소나무가지에 노오란 꽃이 핀듯 보이는거다.
(↓) 소나무 옆의 은행나무 잎사귀가 떨어져 솔가지에 얹혀 있는 것이 마치 꽃이 피어 있는듯 보이는거다.
가을이 그려낸 수채화치곤 예술중에 예술이다.
소나무가 노오란 가을 꽃을 만발하고 있다.
(↓) 다소 떨어진 거리에서 봐도 소나무가지가 노랗다.
아내도 판이님도 탄성을 자아내다.
(↓) 노오란 카페트를 밟고 걷는다 싶더니 또 붉은 카페트가 깔린 만추속을 살포시 걸으니 못내 가는 가을이 아쉽다.
(↓) 열녀암 능선 옆구리에서 늦은 점심을 먹는다.
까치 한마리가 닥아선다.
사람을 두려워 하기는 커녕 뭔가를 달라는 눈치다.
뜨거운 만두를 젓가락으로 짚다가 땅바닥에 떨어졌다.
젓가락으로 던져주었더니 부리로 만두를 집어들고 몇걸음 통통 뛰다가 만두를 내려놓고 갑자기 까치가 머리를 뒤흔드는거다.
이제사 뜨겁다는 신경이 까치 뇌에 도달한 모양이다. ㅋㅋ...
아마 부리가 상하지 않았으면 좋으련만...
별 생각 없이 던져 주었는데 까치야 미안타...
(↓) 한껏 먹었으니 일어나서 가자...
(↓) 아직도 운무가 관악산과 삼성산을 벗어나지 못ㅎ하고 있다.
서울대 2공학관 방향...
(↓) 삼성산 암벽 방향쪽도 운무가 넘나들고 있다.
(↓) 삼성산 칼바위방향도 운무가 춤을 추고 있다.
땅에는 노랑단풍과 붉은 단풍이 뜨겁게 대지를 달구고 하늘에는 회색 비구름이 넘실대고 있는
이런 풍광은 집에 앉아서 혹은 TV로도 보지 못하는 자연의 선물이다.
이런 풍광에 발걸음이 느린것은 당연하다.
때론 멈추어서 자연의 풍광을 흘터보는 이런 재미야 말로 산행의 백미가 아니겠는가.
안 그런가???
(↓) 열녀암 능선으로 숫하게 내려다 보았지만 올해의 단풍 빛깔이 좋아서 그런지
아니면 물기를 머금은 단풍이 빛을 더 발해서 그런지 그림이 눈에 확 들어선다.
(↓) 연녀암 능선 초입의 단풍도 지금까지 별로 눈에 띄이지 않았는데 유독 이날따라 색채가 경이롭다.
(↓) 서울대 아래 냇가 옆의 단풍도 유난히 돋보이는 것이 니란따라 내눈이 잘못된것인지 모르겠지만 우아하게 익어있다.
(↓) 그 단풍에 이끌려 냇가를 건너왔다.
건너편 아내가 단풍나무 아래에 서있지만 아내 마저 단풍으로 보이는거다. ㅎㅎ...
(↓) 아내 뒤에 따라오는 판이님은 가을단풍을 렌즈로 주워 담기 바쁘시다.
(↓) 여기도 청춘 남녀가 고운 단풍 아래에서 서로 찍어주기 바쁘다.
산행 하기전엔 단풍을 보기 위해서는 유명산이나 두메산골 같은 곳에 가야만 보는줄 알았다.
우연히 산행시 붉은 가을에 이끌려 없는 길을 헤치며 단풍골을 찾아 다닌지 몇년되었지만
매년 보는 단풍은 그때그때마다 다 질감이 다르고 틀리다.
가을이 문턱쯤 도달하면 올해의 단풍은 어찌 피어날까 하는 생각이 들곤한다.
올해의 단풍은 진짜 색이 아주 쥑여준다.
(↓) 물빛마저 물드인 붉은 단풍....
(↓) 또한 물빛을 황금색으로 변모시킨 황금 단풍나무...
(↓) 순도 100% 황금색 단풍나무...
팔봉계곡에도 황금단풍나무가 있지만 여기 황금단풍나무의 순도가 한결 더 좋은듯하다.
(↓) 가을이 그냥 한폭의 동양화 같다.
물에 비추어진 가을이 고즈넉하게 닥아선다.
그냥 주저 앉아서 하염없이 늦가을의 정취를 다 쓸어 담고 싶다.
(↓) 이날 오전에 비가 와서 산행다운 산행을 못했지만 늦가을이 이끄는대로 발길을 옮기다 보니 만추속에 푹 빠진 하루였다.
산능선에서만 붉은 단풍을 찾아 헤매지만 이날은 의외로 산아래에 있는 단풍이 환상적이다.
관악산의 단풍도 서서히 마감을 하는듯 하는데 다만.... 육봉능선 아래 계곡 단풍이 눈에 밟힌다.
이번주말에 한번 볼까하는데 붉은 단풍이 월산을 기다리다가 사그라들었을까봐 은근히 걱정이 된다.
계곡에 살포시 숨어 있는 그 단풍골은 작년에 아내와 처음으로 찾아 갔다.
육봉 옆 능선으로 오르다가 능선에서 바라보니 단풍색이 이채로운거다.
그 단풍향을 쫓아 가보니 골짜기에 붉은 단풍이 천지삐까리로 널려 있었다.
내년 그러니까 올해도 찾아 온다고 붉은 단풍에게 약속했건만 차일피일 미루어지는 시간이 못내 아쉽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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