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도 디자인 아이디어 때문에
늦은 밤까지 펜을 들고 있다.
끼적이는 펜대위엔 막걸리 반쯤 찬 잔이
덩그라니 놓여있다. 좋은 생각이 거미줄처럼
머리에서 술술 풀려 나왔으면 좋으련만 그런
거미줄 같은 연속된 아이디어는 커녕 오히려
거미줄에 걸린 날벌레처럼 생각의 틀은 움쩍
달삭 못하고 그저 막걸리 통만 비우고 있다.
생각을 빙자하여 막걸리를 마시려고 하는
것인지 막걸리 힘을 빌려 생각의 틈새를
엿보고자 함인지 가늠이 되지 않는다.
열 줄 이상 쓸때마다 막걸리 한모금 마시자고
작심을 했는데 겨우 여덟 줄을 써놓고 보니
막걸리통이 비고 맥주 컵에 반밖에 남지 않았다.
그러고 보니 늦은 밤이 나와 막걸리를 마셔버린
꼴이 되었다. 오늘 밤도 나을 위한 밤이 아니라
깊어가는 가을 밤을 위한 몸부림인 것 같다.
잠 못이루는 늦가을 밤에 남아 있는 막걸리를
단숨에 마셔버리니 어느새 훤한 아침이 되었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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